-
-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5월
평점 :
30년동안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작업'을 꾸준히 하는 사람을 본 적 있는가?
매일 '성실한 무기징역수'처럼 지하철을 타고, 수많은 인파에 치여
유튜브가 골라주는 동영상을 시청하다가, 정신차려보니 회사 정문앞.
하루종일 울려대는 전화를 받고, 보고서를 만들고, 생존을 위한 웃음팔이와
끼니를 때우고 나면, 어느순간 퇴근시간.
이런 내가 매일 경험하는 비루한 일상은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닐 것이다
여기 한 명의 작가가 있다.
문학을 공부한 적도 없고, 문학상을 받은 적도 없으며, 그저 독자들에게 스토리텔러로
기억되길 바라는 작가.
3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 8시부터 12시 반까지 노트북을 붙들고 글을 써내려가는
바로 그는, 30권의 책을 썼고, 35개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3500만명의 독자를 만난
베르나르 베르베르다.
대학생 신입생시절, 캠퍼스의 향기로운 봄과 동지라 외치며 알코올에 푹 빠져 책을 멀리하던 시절 '개미'라는 기괴한 책을 만나면서 베르베르를 알게되었다.
개미의 세계가 놀라울 정도로 디테일하게 묘사되는 이책을 재밌게 읽었던 기억으로
최근에 출간된 '베르베르씨, 오늘은 뭘쓰세요?"라는 에세이를 보게 되었다.
이 책은 구성이 특이한데, 매 챕터마다 타로카드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하여 열네살의 베르베르부터, 예순살의 에필로그까지 작가의 지난 30년을 일기처럼 기록하고 있다.
에세이형태이니만큼 가볍게 머리를 비우고, 한살한살 작가로 성장해가는 베르베르를 지켜보는 것은 꽤나 머리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책의 원제는 "개미의 회고록"이라고 하는데 개미처럼 글을 쓴 30년을 '성실한 무기징역수'가 아니라 '성실한 이시대의 지성'으로 보낸데에 감탄을 금할 길이 없다.
특히, 개미를 쓸때 무려 12년동안 완전히 새로 쓰기를 반복한게 열네번이라니,,, 이정도면 글쓰기 장인이 쓴 글이라면 더더욱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읽은 책이 한권, 한권 쌓여가면서 나도 언젠가 저런 멋진 글을 하나 남겨야 겠다고 생각이 들던 찰나에 만나게된 이 책은 내게 '작가'로써의 도전에 의욕을 심어준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매일 아침 9시 부터 1시까지 상상의 나래를 펴며 글을 쓰고 있는 내모습을 미리 상상하면서 책꽂이 꽂아놓고 글이 써지지않을때 언제든 꺼내봐야할 겸손하고 성실한 수작임은 확실하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작가의 과거 작품들도 하나씩 읽어보기로 다짐하면서, 한해, 한살을 먹어갈때마다 이렇게 글로 남길수 있는 치열한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