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커피일 뿐이야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02
이선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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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커피일 뿐이야]는 제 5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창밖의 아이들], 청소년 소설 [맹탐정 고민 상담소 1,2] [열여섯의 타이밍] 등을 출간한 이선주 작가의 2023년의 신간으로 -자음과모음_청소년문학의 102번째 소설이다.

열 여덟 살의 강산이는 아빠를 잃고 1년도 안됐는데 엄마가 아빠의 단골 카페 사장 브랜든과 재혼하면서 커피 냄새에 속이 울렁거리고 구토를 하는 고통을 겪는다. 커피 냄새를 이겨내려고 애쓰지만 결국 커피 냄새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커피 냄새를 맡고 속이 울렁거릴 때마다 아빠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장치로 바꾸어 생각하게 되면서 그냥 그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세상의 어떤 일은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것,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되는 일도 세상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상실감 중에서도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은 충격과 고통의 강도가 매우 높지만 이 책은 슬픔을 자아내지는 않는다. 상실감 자체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고 등장하는 모두가 각자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을 조명한다.
고등학생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귀엽게 느껴지는 면도 많고, 그들의 티키타카도 재미있고 200페이지도 안되는 짧은 내용이라 학생들이 쉬면서 가볍게 읽기에도 무리가 없겠다. 청소년소설은 처음 접했는데 아이들의 생각을 알 수 있어서 도움이 된다.

아빠의 상실감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전혀 내지 못한 채 이런 상황이 펼쳐진다면 성인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왜 엄마는 재혼이라는 큰 결정을 내리면서 아이들과 진지하게 속마음을 터놓는 시간을 갖지 못했을까.
남편 사망 1년만에 재혼'에만 주목하면 막장드라마의 한 장면이 떠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사이가 좋았던 부부였고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던 만큼 충격적이었을테고 슬픔도 컸을 것이다. 이렇게 큰 상실감은 엄마의 판단력을 흐렸을 수 있다는 면에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래도 1년은 좀 너무했다!"는 말이 나도 모르게 자꾸 튀어나오지만

"아빠가 자주 앉아서 움푹 들어간 소파 자리엔 이제 브랜든의 재킷이 놓여 있다. 아무 냄새도 나지 않던 아니, 인지하지 못했던 우리 집에 브랜든이 내린 커피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나에게 커피란 브랜든 그 자체가 됐다.
모든게 그대로인데 모든 게 달라진 생활이었다."
p.8

"나는 커피 냄새를 생각하면 이상하게 슬펐다.
아빠는 런던 커피의 커피를 마시고 젊은 시절의 자신을 떠올렸다. 아빠에게는
커피가 그리움의 맛과 향이었다.

아빠는 꿈에도 몰랐겠지.
자신에게 커피를 내려 주던 이가
자신이 죽고 나서
자신의아내와 재혼할 거라는걸.
자신의 모든걸 뺏길 거라는걸.
아빠에게 나던 시큼한 냄새가
이제 모두 커피 냄새로
뒤덮이고 있다는 걸 말이다."
p.32

-얼마를 생활비로 내는지 모르지만 나와 별이의 생활비는 전적으로 엄마가 감당했으면 좋겠다.
브랜든은 나와 별이의 아빠가 아니니까 우릴 책임질 이유가 없다. 그저 엄마의 새 남편일 뿐이다. 하지만 그게 깔끔하게 분리가 될까 이 불고기처럼
브랜든의 돈과 엄마의 돈, 아빠가 남긴 돈이 섞여
내가 먹고 입고 쓰게 되겠지. 이것이 가족인가.
아직, 거기까지는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식탁에 넷이 앉아서 밥 먹는 건 아직도 어렵다. p119-120

아빠를 잃은 슬픔과 아빠를 더 애도하고 싶은 마음과 새로운 가족과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한다는 마음이 공존하는 혼동속에서 서 있는 강산이를 보면 가슴이 짠하다. 요즘엔 사별도, 이혼도 재혼도 아주 흔한 시대라 이런 혼란을 겪는 아이들도 많을텐데 혹시 그런 상황이 오더라도 부디 부모로서 세심하게 살피고 아이가 건강한 생각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네이버카페 미자모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지만 솔직하게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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