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인 대산세계문학총서 8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유숙자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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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행인'을 끝냈다. '끝냈다'라 하는 것은 읽는 것이 생각보다 유쾌한 작업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과 번민과 의심으로 고민하는 이치로를 마주하는 것은 내게 1주일의 시간이 필요했었다. 그리고 그동안 점점 우울해져가는 기분을 자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시대 많은 고민하는 지적인 젊은이를 떠올리게 하고, 감정까지 공명하게 만드는  탁월함은 근 백여 년의 세월과 서울과 동경이라는 거리쯤은 비껴가는 듯 하다.

아이러니 한 것은 이런 '공감'이 '소통의 단절'에 대한 것이라는 점이다.  누구에게나 소통의 어려움을 느낀 경험은 있을 것이다. 마음을 전하고 싶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가 어느 누구라고 없겠는가.  그러나 '쿨'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거기에 상처받고 좌절함이 지나쳐 병을 얻는 이도 있을 것이며, 아예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둔한 사람도 있을 거다. 출구를 찾을 수 없는 소설의 상황은 답답해서 견딜 수 없는 현실에서 맴도는 작가의 신경질 적인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특별하고 예민하고, 재능있는 사람, 소세키의 삶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은 결국 내가 느꼈던 좌절감에의 공감이 아니겠는가. 끝나지 않을 장마같이 느껴지는 나의 젊은날, 결국 소통의 문제를 피해갈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된다.  결국은 느끼느냐 그렇지 않느냐이지.. 해결되고 해결되지 않을 문제는 아닐 사람 사이의 거리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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