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남편은 빼겠습니다
아인잠 지음 / 유노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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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미혼이지만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면서 결혼에 대한 고민이 많아진다. 어릴 때는 마냥 결혼이 빨리 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알콩달콩한 신혼보다는 처절한 현실이 훨씬 길다는 걸 알기 때문에 솔직히 두려운 마음이 더 크다. 이제는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인 시대인것 같다. 사회가 정해놓은 '결혼적령기'라는 시기에 맞추어 아무나와 하고싶지는 않다. '언제'하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누구와'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차면서 불안함과 걱정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요즘이다.

이 책의 저자는 남편과 싸우는 전쟁같은 일상을 온라인에 연재하다 대한민국 주부들의 시원한 소통창구로 떠오르며 책까지 내게 되었다고 한다. 책을 읽는 내내 현실적이다 못해 그나마 남아있던 결혼에 대한 환상이 완전히 깨지는 것 같았다. '남편'이 결혼하고 '남의 편'이 된다는 말은 익히 들어왔다. 결혼 전의 내가 알던 그와 결혼한 후의 그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면.. 너무나 자괴감이 들 것 같다. 한때는 누구보다 사랑하던 사람과 '웬수'가 된다는건 너무나 슬픈 일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대한민국에서 결혼한 여자로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게 될 아픔일 수 있다. 그래서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는 결혼이라는 제도에서 여자가 더 희생하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게 현실이다. 맞벌이는 필수에 가사, 출산, 육아 이 모든 과정이 여자의 몫인 경우가 허다하다. 남편이 잘 도와준다고해도 여자의 영역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여기에 시댁 스트레스까지 더해진다면? 으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책에 이런 일화가 있다. 저자가 임신을 했을 때 밤에 화장실을 가다가 화분을 넘어트렸다고 한다. 화분은 산산조각이 났는데 남편이라는 사람은 그 모습을 보고 '치우세요'라고 말하고 방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는 나도 감정이입이 되서 속으로 욕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미래의 내 남편이 똑같은 행동을 한다면 나는 과연 그 기분을 견뎌낼 수 있을까? 아마 아닐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결혼할 사람과는 최소한 사계절을 겪어보고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비추어보면 누군가와 일년 정도는 만나야 콩깍지가 벗겨지고 진짜 모습을 마주할 수 있는 것 같다. 서로의 단점을 전부 알게 되어도 비난하기보다 이해하고 감싸주려는 준비가 되었을 때 결혼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두려움이 앞서지만 모든 남자가 다 꽝인것은 아니니, 앞으로 결혼 상대를 선택함에 있어서 정말 정말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 '졸혼'이라는 말이 나온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몰랐던 단어다. '결혼을 졸업한다'는 뜻으로, 서류상 법적 관계는 유지하되 실생활에서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방식을 뜻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진화된 삶의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혼이 어렵다면, 정말 괜찮은 방법인것 같다. 힘든 과정은 다 지나왔으니 이제 서로에게서 자유로워지는 것. 각방을 쓰며 억지로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모든 중년 부부에게 이런 것도 있다고 알려주고 싶다.

독립을 선언하고 두번 째 인생을 시작하는 작가분께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나 또한 그분의 결혼이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전에 강호동이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인생은 성공과 실패로 갈리지 않는다. 성공과 과정만 있을 뿐이다. 저자는 결혼이라는 과정에서 성장을 겪고 작가로서의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다. 저자의 필명인 '아인잠'은 외로움을 가리키는 말로 '내면과 하나되는 사람'의 독일어라고 한다. 그 의미에 걸맞게 독자들의 감정을 어루만져주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멋진 작가가 되길 응원한다.


"하나, 오직 자유로운 정신을 드날릴 것이요, 남편을 멋대로 미워하지 않는다.
둘, 마지막 시간까지 마지막 순간까지 나의 뜻을 정당하고 당당하게 드러낸다.
셋, 가정과 사회의 질서를 존중하여 말과 행동에 매사 신중을 기한다."

‘ 세가지 약속', 아인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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