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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커 - 자연과 삶에 관한 성스러운 기록
톰 브라운 지음, 김훈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하얀 눈밭에 이어진 조그만 동물의 발자국. 종종거리며 내딛은, 혹은 급하게 달려간 것처럼 빠르게 끌린 발자국을 보고 흔적의 주인이 어떤 모습이었을 지 상상한 경험. 누구나 있을 거예요. 이 책 '트래커'는 그 자취에 매혹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어린 시절. 저자는 숲에서 만난 인디언 친구 릭과 함께 '뒤를 밟는 늑대'라는 이름을 가진 아파치족 노인을 만나 운명처럼 추적자tracker의 길로 들어섭니다. 그로부터 숲에서의 배움이 시작되죠. 저자는 모험담 속의 어린 영웅처럼 난관을 해쳐나갑니다. 눈이 밝은 노인의 가르침 아래 자연과 친구가 되고 하나가 되는 방법을 깨우치고,때로는 적대적인 숲의 면모들- 들개와 추위, 늪과 어둠에 대한 두려움-을 지혜롭게 극복해내며 성장합니다.
그래요. 이 책은 성장담이에요. 추적기술, 숲에서의 생존 방법에 대한 내용도 있지만 그것은 곁가지일 뿐이죠.
그리하여 숲에서 살았던 소년은 형제와 같았던 친구와 헤어지고, 오직 뒷다리 고기를 팔기 위해 사슴을 학살하는 사냥꾼들에게서 혐오를 느끼고, 어른이 되어 자신이 배운 모든 것들이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회의감을 느끼고, 끝내 고향 숲에서 실종된 어떤 소년-과 같은 어른-을 찾아 가족의 품에 돌려주며 어떠한 소명을 얻게 되는 과정을 그려내요. 뻔 하게 말하면 드라마틱한 감동을, 조금 더 젠체하는 투로 표현하면 미학적인 만족감을 주는 구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거기에 소설 같은 현장감과 문학적인 문장까지. 어른이 된 저자가 자신의 기억에 다소 각색을 가했던들 어떤가요. 영혼을 통해 느낀 진실이 거기 있는데.
이 책의 매력은 다양하지만, 도입부는 특히나 인상적입니다. 다소 장문이나, 책을 읽지 않으실 분들께도 소개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발췌할게요.
"첫 번째 자취는 어떤 연속선의 한쪽 끝이다. 반대쪽 끝에는 한 생물이 움직이고 있다. 알 수 없는 어떤 것이 걸음걸음마다 자신에 관한 이야깃거리를 떨어트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그 실물과 맞닥뜨리기 전에 이미 그것을 거의 알 수 있을 정도로 자신에 관한 많은 것들을 알려 준다. 신비가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서서히, 자취를 따라서.
그것은 우리를 꾀어 들이기 위해 이미 자신의 발자국을 우리에게 주었다. 더 나아가면 그것은 자신의 생활에 관해 내밀하고 세세한 것까지 알려줄 것이다. 마침내 우리가 그 자취를 남긴 주인을 오랜 친구처럼 알게 될 때까지.
그 신비는 빵 부스러기로 이어진 길처럼 남아 있다. 우리의 마음이 자취를 남긴 주인 쪽으로 향한 길을 야금야금 다 먹어치우기 전에는 그 신비는 우리 속에, 내내 우리의 일부로 남아 있다. 우리가 먹어치운 모든 신비로운 자취들은 우리 자신의 자취 속으로 옮아들어 간다. 우리 자신의 자취는 그것을 가볍게 흐려놓거나 또는 우리가 전에 비해 얼마나 많이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음영을 그것에 더해 준다. 인간은 자기 앞의 신비로움을 먹으며 세상을 사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