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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심리
귀스타브 르 봉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3월
평점 :
개론서 같은 제목과 그에 걸맞은 묵직한 컬러의 표지. 흥미를 잃으려는 순간 저자의 생몰년도가 눈에 띄었어요. 1841-1931. 프랑스 혁명과는 대력 반세기, 나폴레옹의 사망과는 그보다 더 가까운 저자. 학자가 되기 전에는 의사였다는 저자. 그가 연구한 '군중심리'의 내용이 궁금했죠.
서술은 원론적으로 보이리만치 깔끔해요. 자신의 연구 결과를 명확한 구성과 자신 있는 문체로 마치 기존의 학설을 개론화, 해설한 것 같은 느낌까지 드니, 권말에 붙은 해설이 오히려 조잡하고 피상적으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는 지식을 얻고자 하는 독자에게 매력적인 요소일 것 같아요. 게다가 서체가 큰 것을 감안하면 많지 않은 내용이니, 반나절 집중하여 훌쩍 읽기에 좋을 정도의 분량이이라는 것도 장점이죠.
하지만 반드시 지적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19세기의 인물인 귀스타브 르 봉은 민족적, 남성적 우월주의를 너무나 당연한 배경으로 깔고 있습니다. 여성, 어린아이, 야만인을 들어 스스럼없이 열등하다고 묘사한 부분이나. 군중의 부정적인 면을 여성적이라고 표현한 부분, 민족성에 관한 어처구니없는 서술은 현대에도 적용할 만한 그의 다른 통찰들과 몹시도 대조됩니다.
물론 그 부분은 어쩔 수 없는 시대적인 한계라고 말할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저자의 기저에 깔린 어떠한 편견, 관념들을 완전히 제할 수도 없는 일. 적어도 제 경우에서는 저자와의 정서적 거리가 멀어짐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당대인들의 사고를 반영한 것일 터이니 새삼 씁쓸했달 까. 프랑스는 유렵에서 여성 참정권을 가장 늦게 부여한 나라라는 게 생각나더군요.
어쨌든 이미지와 단어에 대한 부분, 선거와 대중의 반응에 대한 서술은 흥미로웠습니다. 책이 손에 있다면 인용을 하고 싶은 부분도 꽤 많았고.
읽을 가치가 있는가 묻는다면 별로 망설이지 않고 그렇다, 고 대답할 수 있는 책. 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이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