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타니구치 지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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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구치 지로의 만화를 좋아한다. 인간미 넘치는 따뜻한 이야기에 그림이 맘에 든다. 《베네치아》는 그림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림에 빠져서 이탈리아 베네치아 도시 한가운데를 서성이는 느낌이 든다. 거기에 흥미로운 픽션이 살짝 얹혀 있다. 두고두고 꺼내보고픈 고급스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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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으로 휴식하라 - 회복과 치유를 위한 33일간의 철학 세러피
안광복 지음 / 사계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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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문득 모든 것을 멈추어 보면 안다. 쉴 틈 없이 달려오느라 '나'는 온데간데 없이 남이 원하는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혼자 조용한 카페에 머물거나 홀로하는 산책을 즐긴다. 그때만 받을 수 있는 에너지가 있고 그 힘으로 또 세상으로 나아간다. 복잡하고 분주한 세상과 단절하는 것만으로 충전될 수 있지만 거기에 고요한 사색이 더 한다면 또 다른 무기 하나가 더 장착될 수 있겠다.


『철학으로 휴식하라』는 '회복과 치유를 위한 33일간의 철학 세러피'를 실천할 수 있는 책이다. 고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철학자, 사회학자, 경제학자, 심리학자, 의학자, 문학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철학적 사유를 저자 안광복이 쉽게 풀어 이해를 돕고 있다. 인생을 향한 충고와 조언을 어렵지 않게 써 두어 철학적 소양이 없어도 잘 읽히나 문장 하나하나가 담고 있는 의미는 깊고 크다.


Day-1: '자주 철학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라'에서 로마의 황제이자 철학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 121∼180)는 말한다.
"자주 철학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라."
숨 가쁜 일과 가운데서도 짬짬이 숨을 돌리고 자신의 감정을 되짚어 보며 필요한 충고를 스스로에게 들려주라는 뜻이다.(19쪽)
화와 분노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실수하게 될 때 명분없는 자책을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마땅히 들어야 할 충고를 스스로에게 들려주며 다독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자주. 철학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라.' 문장 속 모든 단어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Day-25: '삶의 의미는 나보다 큰 것에서 온다'에서 미국의 칼럼리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David Brooks, 1961∼)는 말한다.
"자신을 세상의 중심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만 끔찍하게 살고 있거나 남다른 고통을 받고 있다고 믿는 경우가 많다. 반면, 자신을 자기보다 더 큰 세상의 일부이자 더 긴 스토리의 일부라 믿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삶의 의미는 나 자신보다 큰 무엇을 좇을 때 생긴다. 인간관계는 크고 아름다운 가치와 함께할 때만 바람직해진다. 좋은 목적은 사람들을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끌어올린다. 나아가 '숭고한 목적'을 위해 뭉친 사람들은 서로를 위대한 인물로 만들어 간다.(175쪽)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흘러가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은 '나 홀로' 문화에 젖어있거나 나와 비슷한 신념을 가진 사람들만 가까이 하려 든다. 그러니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되고 이런 성향은 결국 나와 다른 사람을 혐오하고 배척하게 된다.


지금 인생의 지도에서 자신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어느 방향으로 달려가야 할지,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일단 멈추기를 권한다. 먼저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자신을 돌아보면 어떨까. 더 깊은 성찰을 원한다면 현자들을 초대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좋겠다. 좀 더 의미있는 휴식을 위해 '철학으로' 휴식한다면 더할나위 없이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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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결말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3
김서령 지음, 제딧 그림 / 폴앤니나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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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렸다. '연애의 결말'이라니. 연애라는 말에 설레고 결말이란 말에서는 조금 슬픈 느낌이 들었다. 『연애의 결말』에 실린 여섯 편의 단편 소설을 읽는 동안 책 제목에 모든 이야기를 끼워 맞추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내 알아차렸다. 각각의 단편 제목에 이야기를 가둬야지 '연애의 결말'이라는 책 이름에 이야기를 연결시키면 안 된다는 것을.

저자가 책 제목을 '연애의 결말'이라 붙인 이유는 여섯 편의 이야기 모두에 '결혼'이 등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연애의 결말이 결혼인건가? 너무 뻔한 결말 같아서 실망이 되었다. 결국 책을 다 읽은 후에야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애의 결말로서 결혼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결혼은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다섯 번째 이야기 「아무도 몰랐다」는 20년의 지난한 연애 이야기가 막판에 반전을 불러일으켜 흥미로웠다. 서로에게 또 다른 애인이 있다는 것도 몰랐고, 그 애인들이 벌인 소심한 복수도 결국 아무도 모른 채 끝났으며, 무엇보다 주인공 남녀가 결혼하게 될 줄은 본인들도 몰랐다. 몰라서 차라리 모든 것이 잘 된 것이니 다 알려고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아는 것보다 모른 채 사는 게 더 잘 사는 것일 수도 있겠다.

여섯 번째 이야기 「모두 잘 지내나요」 에서는 겨우 안부만 묻는 사이로 지내는 자매가 등장한다. 서로에게 안부는 물을 수 있지만 그 물음이 속내를 숨기고 하는 것이라면 마음이 담긴 것은 아닐 거다. 내 평범한 일상이 상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더욱 진심으로 '잘 지내나요' 하고 물을 수 없는 아픔이 여기 있었다. 진정한 사과와 값없는 용서만이 서로를 향해 진정한 안부를 물을 수 있게 만든다.

나머지 네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잠시 그들의 편에 서서 결혼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결혼 한 가운데 있든 막 시작을 했든 마무리를 했든 결혼은 여러 의미로 다가왔다.

"긴 연애 끝에 더는 할 게 없어서 하는 결혼, 서로가 구원인 줄 알았으나 아니라는 것을 곧 깨달아 접어버린 결혼, 백번 양보해 사랑까진 한다 쳐도 그게 같이 살기까지 할 일인지는 몰라 골치가 아픈 결혼. 어떤 결혼은 허랑방탕하고 어떤 결혼은 공연히 애틋하고 어떤 결혼은 '연대'여서, 내 여섯편 주인공들은 소설이 끝난 다음에도 여전히 처연하다."(216쪽 작가의 말)

책을 읽을 때는 책 제목에 매이지 말고 각각의 이야기에 집중해서 읽으면 좋겠다. 다 읽게 되면 '결혼'이 보이게 되고 '연애의 결말'이란 제목이 뜻하는 걸 조금 알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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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 샘과 함께하는 시간을 걷는 인문학
조지욱 지음 / 사계절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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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는 다양한 길을 만난다. 해안선을 따라 난 구불구불한 바다산책길, 곧게 자란 비자나무 사이 숲길, 오르내리며 아름다움을 맛보는 오름길. 길은 나를 세상으로 향하게 한다.

길을 통해 사람들은 만나고, 자연을 이용하고, 물건을 교환하고, 문화를 교류하며, 역사를 쌓아간다. 오랜 시간을 흐르며 생겨난 길은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시간을 걷는 인문학》을 읽으면 길의 두 얼굴을 볼 수 있다. 조선에서 길을 낸다는 것은 외세가 쳐들어올 수 있는 빌미가 되는 것이어서 그때 길은 불편하고 소박했다. 반면 로마는 세계제패를 위해 공격적으로 길을 확장해 나가야했기에 잘 단장된 화려한 길을 내었다.
누군가에게 길은 단절과 보호를 위한 것이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정복과 쟁취를 위한 것이었다.

미지의 대륙이 바닷길을 통해 발견되었다. 비단때문에 동서양이 길 하나로 이어졌다. 오늘의 새 길이 어제의 길을 옛길로 만든다. 신작로를 닦아준다는 허울좋은 명분으로 일제는 수탈을 일삼았다. 백두대간은 더 이상 산맥으로 불려서는 안 되는 민족의 뿌리길이다.

《시간을 걷는 인문학》을 쓴 조지욱 지리선생님은 "우리 땅에 대운하가 필요할까?" 의문을 던진다. 강을 파내고 보를 설치하며 물길을 막아 생태계를 파괴시켰다. '4대강 살리기'라는 얄팍한 구호를 내세워 결국 그들만의 '운하를 건설'했다. 운하가 경제에 이익을 주기는 커녕 22조 나랏돈은 날아갔고 물은 썩고 생태계는 망가지고 있는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지리 선생님이 들려주는 길 이야기는 맑은 꿈도 꾸게 한다. 열 살 딸아이의 꿈은 우리 나라에서 기차를 타고 유럽까지 여행하는 것이다. 남과 북 사이에 끊어진 철도가 연결되고 북한을 거쳐 유럽 곳곳을 누비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더욱 길이 품고 있는 이야기에 귀기울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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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편집자는 처음이라 - 20대 사회초년생 생존기
박정오 지음 / 호밀밭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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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보면 쓴 사람이 보인다. 자연스레 글과 글쓴이를 동일시하게 된다. 그러나 가끔 글 속에서 만난 사람이 현실에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때 글과 사람 둘 다에 실망한다. 그런가 하면 현실 속의 그 사람과 꼭 닮은 글을 만나게 될 때는 안도감과 신뢰감이 생긴다.

『저도 편집자는 처음이라』를 쓴 박정오 편집자는 <호밀밭>출판사 서평단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됐다. 그 서평단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발대식, 중간 점검, 해단식까지 오프라인에서 세 번의 만남을 가졌고, 5개월 동안 한 달에 한, 두 권씩 꼬박꼬박 책을 지원 받아 온라인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서평단 활동을 통해 만난 이십 대의 푸릇푸릇한 편집자는 순수한 열정을 가진 맑은 사람이었다.

이런 편집자가 2년 동안 출판사에서 좌충우돌 겪은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니 반가운 마음과 함께 순한 그 얼굴이 떠올라, 책을 사서 읽지 않을 수 없었다. 편집 경력 2년 차의 경험치를 책으로 펴내기에 이른 것은 아닐까 싶었지만 오직 그 때, 그 시간에만 쓸 수 있는 글이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다.

『저도 편집자는 처음이라』는 편집자로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책이다. 책 읽고, 글쓰기를 좋아해서 출판사에 발을 들여 놓은 사회 초년생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편집자의 역할을 배워나가는 과정이 상세히 기록되었다.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편집자는 작가 발굴에서부터 기획, 편집, 작은 출판사라면 마케팅까지 1인 다역을 해야 한다. 책에서 만난 저자는 한결같이 배우려는 자세가 돋보였다. 그가 저지른 실수나 고민의 흔적, 자존심을 구기며 편집 일을 배워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 이십 대가 떠올랐고 현재 내 모습도 돌아보게 되었다. 누구나 처음이라 어렵고, 누구나 익숙해서 안일해지고, 누구나 겸손히 배우려하지 않으면 뒤쳐짐을 깨닫는다.

이 책을 노래로 비유하자면, 박정오 편집자는 가수이고 <호밀밭>출판사 장현정 대표는 피처링(featuring)을 맡은 래퍼 같다. 책 곳곳에서 대표님의 목소리가 랩처럼 들리는 듯하다. “편집자라면, 어떤 책을 만들지 고민하는 데 좀 더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이야기하는 에세이는 독자의 공감이 핵심인데 자기 이야기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 등장하면 글이 훨씬 더 풍성해질 수 있다.” 멋진 가수에 훌륭한 래퍼가 하나의 노래를 부르고 있고 어느새 그 노래를 즐겁게 감상하게 된다.

‘좋은 책을 만들 것인가, 베스트셀러를 만들 것인가.’ 이 질문에 해답을 찾기 위해 고민했고 편집자로서는 어느 정도 답을 찾은 듯하다. 그러나 감히 바라건대 그의 손을 거친 책은 좋은 책이면서 또 많이 읽히는 책이 된다면 좋겠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과 그의 글이 꼭 닮아 있어 흐뭇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의 말처럼,
“자신이 만든 책이 세상 그 어떤 책보다 값어치가 있다고 굳게 믿는, 그토록 소중한 책을 보다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는, 그런 편집자”가 되시길 진심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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