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 : 한국 정치의 미적 구성을 위한 세론 - 지금 동학이란 무엇인가
신철하 지음 / 울력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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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시도된 모든 동학에 관한 가장 독창적인 해석. "무위"가 동학의 핵심 주제어이자 사상이고, 나아가 "무위"가 21세기 이 땅 인민의 미래를 규율하는 내면의 정동(affec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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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인된 시간 - 이창동, 혹은 반시대적 고찰
신철하 지음 / 소명출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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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 황홀‘의 현대적 정념을 해독하는 과정의 진리를 한국 영화도 이제 첫 걸음마로 시위할 수 있다는 것을 엿보게 하는 해석적 진경
가령, 죽음충동에 직면한 아테의 진리를 몸으로 보여주는 안티고네와 그것에 대한 헤겔적 해석을 시네마 <시>와 <버닝>에서 추적하는 해석적 진화는 드라마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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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 : 한국 정치의 미적 구성을 위한 세론 - 지금 동학이란 무엇인가
신철하 지음 / 울력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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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남한 사회를 특징짓는 단 하나의 주제어는 아마도 알레고리로서의 콜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식의 콜걸화는 임계점을 넘어선지 꽤 되었다. 가망없는 현실은 TV 황금시간을 임영웅 콘써트에 관한 신변잡기로 채우고, 남한 평균을 상회한다고 자부하는 범강남 인간(들)의 교양과 현실인식을 대변하는 것은 '태영호(38따라지와 거의 일치하는)'나 '한동훈'이며, 이에 반하여 '운동권' 정치가들은 조롱과 혐오를 넘어 청산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그 당사자나 그들에 기생해 밥을 벌던 거의 토착왜구에 가까운 소위 진보세력들은(나도 그들 몇을 알고 있다) 쥐죽은 듯 조용하다. 사실 남한의 진보진영은 이미 극우나 보수보다 더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문제는 그러므로 정치다. 현재의 정치를 혁신하거나 바꾸거나 해봐야 결국은 인민만 죽어나게 되어있다. 토착왜구의 은밀한 번성은 역사가 깊다. 아무리 고쳐도 모든 현재의 정치는 다시 부패, 무능, 패거리, 진보와 보수로 귀결되는 실패한 정치의 악순환이 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결국 다른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일러준다. 하나의 예, 가령 '조선유학'이 도달한 최고의 성취로 평가되는 '성학십도'의 저자 이황의 기만과 내면의 분열증을 아무도 건드린 자가 없다. 조선과 일제강점기, 해방-미군정기, 분단체제를 거쳐 현재에 이르는 역사적 시간을 관통하는 일관된 하나의 맥락이 있다. 남한 사회를 강력하게 지배하는 지식인 집단의 정체성에 관한 것이 그것이다. 이황은 집요하고 치밀한 축재를 통해 3095두락(35만평)의 땅과 간교한 방법까지 써서 획득한 노비367인을 자기의 자식에게 역시 정략적으로 분배하는 기술을 발휘하고 있는데, 그의 성인됨의 진리와 이 기술은 완전히 적대적일 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자기기만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바로 이 기만의 기술과 분열증이 만연된 지식인의 행태를 현재의 남한사회는 바로미터로 내재하고 있다. 강남의 얼굴이 태영호와 한동훈이며 그들에 열광하는 이대남들의 이유를 유추할 수 있다. 


 <무위>는 현단계 남한 지식사회에 대한 강력한 태클의 액션으로 시도한 인문비평의 세론이다. 정치의 입문이 왜 윤리학을 정초하고 있는 감정론(정동)을 통해 완성되어야 하는지를 이 책은 묻는다. 최제우는 실패한 시대인이다. 그가 자신의 실패를 딛고 체제내의 유약한 지식인임을 처절하게 직시했을 때, 그가 익힌 조선유학은 탈영토화의 재물이 될 수 있었다. 그가 <동경대전;동학>에서 무위를 발화할 때, 그것의 벡터적 에너지는 반능동태의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지만, 그 기대치는 노자의 그것을 넘어선다. 바로 이 깊이가 최시형의 인민봉기를 위한 모멘텀이 되고 있음을 우리는 간파하게 된다. 최시형의 동학은 그런 점에서 최제우를 숙주로 최제우가 조선유학의 잔재에서 완전히 탈주하지 못한 찌꺼기들을 완전하게 탈각하는 놀라운 도약에 이른다. 그가 "현묘무위"라고 발화할 때, 그것은 최제우의 동학을 잿더미로 만들고 전혀 새로운 한울, 전혀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과 동시에 그 자신은 이미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큰바위 얼굴"이 되어 있었다. 


 이 책은 최시형의 인민봉기의 모멘텀이 되었던 무위가 현단계 남한 정치의 재구조화에 어떻게 기능할 수 있을지를 궁리한다. 무위의 공동체(장 뤽 낭시)가 유일한 비전이 될 수 있을 때 우리는 최시형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다. 병영국가주의와 분단자본주의를 통해서만 생명을 연명하고 있는 남한의 제도 메카니즘은 이미 수명이 시효만료된 상태다. 그 이후의 생명 혹은 각자도생은 유령의 삶이 될 터이다. 떠도는 유령들로 들끓고 있는 남한의 일상은 괴기스럽다. 


 다시한번 문제는 그러므로 정치다. 

 당신들의 정치가 아닌 우리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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