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생태사상가 - 2020 우수콘텐츠 선정작
황대권 외 27인 지음, 작은것이 아름답다 엮음 / 작은것이아름답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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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다, 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과 소소한 일상서부터 여러가지 사회 이슈까지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눌 때면, 어느새부턴가 외로웠다. 내가 깊게 고민하고 가치를 두는 생태주의적 사상과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는 이 세상과 먼,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때문에 먼저 꺼내기도 망설여지고, 뭔가 머쓱하고 겸연쩍어지기 일쑤였다. 세상의 주류가 아닌 어떤 말과 주장은 소외받고 어딘가 먼지 쌓인채 켜켜이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세상에 이토록 많은 생태사상가가 있는줄, 내 좁은 인식과 꽉막힌 견해로는 몰랐다. 28명의 다채로운 생태사상가들이 책 속에서 인사를 건낸다. 여기에는 단지 '환경활동가'로 자신을 정의한 이만 포함되지 않는다. 어떤 직업군이던 간에, 그가 가진 사고와 이론, 행동이 생태주의적 전환의 사고를 가진, 그리고 생태적으로 이로운 영향을 미친 모든 이를 포함한다. 얼핏 생태사상가라고 정의하기엔 머뭇거려지는 과학자까지도! 


- 생물학을 전공한 베리 카머너. 그는 과학의 산물이 의도치않게 여러 생태환경 문제를 발생시킴을 지적하였다. 그가 창립멤버로 참여한 '광역 세인트루이스 핵정보위원회'가 벌인 '어린이 치아 조사'는 핵무기의 낙진으로 인한 영향을 밝혀내었는데, 이는 과학자와 대중이 함께하는 '시민과학(citizen science)' 운동의 전형을 보여준다 (72쪽, '베리 카머너', 김동광 씀) 


- 세포 생물학을 연구한 린 마굴리스는 "생명이란 박테리아다." "움직이고, 결합하고, 유전자를 교환하고, 우위를 점하면서 원생대 동안 긴밀히 연합한 박테리아는 무수히 많은 키메라를 만들어냈고, 그 가운데 극히 일부만이 우리 인간이다." 라고 남겼다. ( 172-174쪽, '린 마굴리스', 우석영 씀) 


이러한 사례들은 '지구 문명의 위기를 읽'고, '자연과 사람을 잇'는 생태사상가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다.  


물론, 그렇다고 이 책이 딱딱하게 여러 생태사상가들을 나열하는 방식을 택한 것은 아니다. 28명의 생태사상가를, 다시 28명의 한국의 생태사상가들이 소개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자신이 소개하는 사상가와 나눈 교감의 측면을, 또 다른 이는 그 사상가의 이론을 세밀하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농부가 말하는 농부, 연구자가 말하는 생태학자.... 종교인, 농부, 활동가, 연구자 등등 직업으로 분류를 하자면 글을 쓴 이들도 다양하다. 어찌됐건 그들 역시 '생태사상가'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우리가 기억해야할 생태사상가들과의 연을 이어주고 있다. 마치 한사람 한사람과 마주앉아서 그의 또다른 친구를 소개 받는 느낌이랄까. 어렵지 않고, 친밀하게 느껴진다. 


사실, 생태주의와 생태사상에 대해 어줍잖게 잘 알고 있다고 착각했는지도 모르겠다. 28인의 다양한 사상과 행동을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면서 새롭게 깨닫고, 놀라웠다. 함께 소개해주는 그들의 저서를 어서 빨리 직접 읽고 싶어졌다. 전염병시대에 기후위기를 온몸으로 맞닥뜨리는 지금, '생태'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더 넓고 깊게 확장해줄 책임이 분명하다. 올해를 여는 책으로, 당신께 꼭 권하고 싶다. 


혹, 나처럼 무언가 답답하고 외롭다고 느꼈던 당신이라면 이 책은 시대와 국경을 뛰어넘어 몰랐던 친구들을 알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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