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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부활
마스다 도시오 지음 / 당그래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일본인들은 은폐적 어휘를 사용하여 진실을 감추길 좋아한다. 전차(戰車)가 일본의 침략전쟁을 연상시킨다고 하여 특차(特車)라고 바꿔 부르는 것은 차라리 애교에 속할 정도다. 저자는 미국이 정보를 '창조'하여 세계를 지배한다고 말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것은 '창조'가 아니라 '날조'이다.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고 정보를 '창조'하여 실리를 추구했다는 저자의 주장에선 잠시 이 인간이 정신병을 앓고 있는 건 아닐까 의심마저 하게 된다.
페이지를 넘기면 점입가경이란 말이 절로 떠오른다. 저자는 일본인의 문화적 수준이 매우 높기 때문에 언젠가 미국과 중국을 구하게 될 거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중국인은 문화적 수준이 매우 낮아서 절대로 아시아의 패자가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런데 일본인의 문화적 수준이 높다는 증거로 제시하는 것이 너무 웃긴다. 미국인들도 자신들의 건국 역사에 대해서 많은 것을 감추는데 일본인은 자신감 있게 미심쩍은 자신들의 건국 역사를 공개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자신감은 오랜 일본의 역사에서 우러나온다는 자부심은 원맨쇼를 보는 것 같은 실소를 자아낸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위안부와 731부대 등 부끄러운 역사는 필사적으로 감추려고 하는 일본인들이야말로 문화적 수준이 대단히 낮은 셈이다. 게다가 일본의 역사가 2천년이라는 주장에선 저자의 기본 상식마저 의심하게 된다. 일본이 세계사에 통일국가로 등장한 것은 16세기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서였다. 7세기 한반도를 통일한 신라에 비하면 900년이나 뒤쳐진다. 일본이라는 국호가 등장한 것조차 10세기 무렵이다.
나는 역사가 길다고 해서 문화적 수준이 높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저자는 부족국가 상태로 섬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왜, 류큐, 야마토, 아이누를 아무런 근거 없이 '일본'이라는 범주에 집어넣어 그중 가장 오래된 것을 근거로 "역사가 오래되었다"고 우긴다. 만약 한반도가 독립하지 못했다면 단군 왕검까지 일본의 조상으로 집어넣어 5천년 역사를 주장했을지도 모른다. 정확히 중국의 동북공정과 같은 논리다.
결국 저자의 주장은 하나로 귀결된다. 일본은 미국의 속국 상태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것. 일본은 다시 아시아의 패권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 그 패권의 시작은 한반도를 일본의 영향력 아래에 두는 것이라는 것. 일본이 한반도를 영향력 아래에 두는 시점은 한반도가 통일되는 바로 그 시점이라는 것. 중국은 일본이 상대하기에 버거운 상대이므로 미국과 중국의 충돌을 부추겨야 한다는 것. 이때 일본은 미국보다 더 많은 피를 흘려 독립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해야 한다는 것. 이러한 것이 성취될 때 비로소 일본은 한반도를 지배하고 동아시아 패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
책을 읽을 때 주의해야 할 것은 일본인 특유의 은폐적 어휘가 많이 사용되고 있으므로 그것에 곧이곧대로 속아넘어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은 통일로 휘청거리는 한국을 도와야 한다는 표현도 앞뒤 맥락을 보면 그것은 한국이 일본과 대등한 관계를 맺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 절대로 아니다. 만약 한국을 일본의 대등한 파트너로 유지시켜야 한다는 뜻이라면, "한국을 돕기 위해서라도 일본은 부지런히 번영하고 재물을 축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리가 없다. 여기에서 번영과 재물은 경제력과 군사력을 가리킨다. 자! 무엇을 가리키겠는가. 일본이 이렇게 한반도 지배의 꿈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