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날이나 잔칫날 꼭 빠지지 않는 잡채. 처음의 잡채는 현재의 모습과 달랐다. 도라지가 들어갔고, 일명 조선간장이라고 하는 장으로 간을 봤다. 식민지 이후의 잡채에서 일본식 간장인 장유, 진간장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기존의 잡채는 당면이 없이 겨자소스가 들어가 중국집의 '양장피'와 같은 맛이었을 거라 한다. 당면은 중국에서 온 것이고, 당면의 당은 '당나라'를 가리키지만 당나라 때의 음식은 아니라는 것. 흥미로운 사실들이 잔뜩이다. 해방 이후 당면 잡채는 당당히 자리를 잡고, 잡채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하니 잡채의 유래를 아니 잡채가 달라 보인다. 오래된 한글 요리책은 물론이고, 중국, 일본 등지의 역사에서 찾아낸 음식의 유래로 이렇게 당면의 역사를 만나니 음식 하나하나가 갖는 의미가 크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고 나니 음식들이 달라 보인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고 음식들이 더 사랑스러워졌다. 내가 먹는 음식의 과거를 알아간다는 것의 기쁨을 알려준 저자에게 감사하다. 또한 책 표지에 9+3첩이라고 쓰인 것도 9가 부족하여 3을 보탠 상차림이 12첩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라고 하니 저자의 음식 인문학의 사랑이 느껴진다. 라면도 두부도, 잡채도, 떡국도 달라 보이는 것은 이 책 덕분이다. 저자의 오랜 노고 덕분에 알 수 있었던 이 흥미로운 이야기는 지속되길 바란다. 이와 함께 저자의 다른 책도 만나보고픈 흥미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