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유미리 지음, 강방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9월
평점 :
절판


*총평*

우리가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 있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되는 책이다.

존재하지 않으면 소멸할 수도 없다.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p.42

존재 자체를 생각하지 않았기에, 소멸만 생각했기에 존재라는 것에 대해 더 큰 의미를 둔 적 있었을까. 소멸을 하려면 존재해야 하는데 소멸에만 집중했던 건 아닌가 이 구절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존재해야 소멸할 수 있을 테니까.

존재가 인정되지 않은 노숙자들은 과연 소멸할 수 있을까. 책의 중간중간 나오는 노숙자들의 소멸 이야기는 마음 한편이 시리게 한다. 가족 구성원 중에 하나였을 테고, 존재감을 가졌던 사람들일 텐데 어쩌다 그렇게 되었을까. 무관심이, 사회적인 제도가 그들을 내 못 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빗방울이 빗방울의 무게로 떨어진다. 생의 무게처럼, 시간의 무게처럼, 규칙적으로 떨어진다.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p.43

빗방울이 빗방울의 무게로 떨어진다는 표현에서 마음이 콕 잡혔다. 빗방울의 무게라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나였기에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비 오는 날을 떠 올려본다. 비가 비 그 이상의 느낌을 주는 그 순간 빗방울에 무게는 달라지는 게 아닐까. 규칙적으로 떨어질 때로 있지만 나의 마음에 따라 마구 쏟아붓는 것 같이 느껴지는 비. 비 내리는 장면이 잦은 이 소설에서 비가 과연 규칙적으로 떨어졌는지를 살피게 된다. 생의 무게와 시간의 무게가 다르기에.

불면 그리고 영면-, 죽음으로 인해 멀어지는 것과 삶으로 인해 멀어지는 것, 삶으로 인해 다가갈 수 있는 것과 죽음으로 인해 다가갈 수 있는 것.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p.43

최근 들어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죽음으로 인해 멀어지는 것과 삶으로 인해 멀어지는 것 그 둘 사이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지만 느껴지는 거리감은 다르다. 이 문장 하나로 삶이 더 귀중해지는 순간이다.

초상도 49재도 돌아가신 분의 명복을 빌거나, 공양이니 추도니 위령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부처님과 인연을 만들어주신 일에 대해서 돌아가신 분께 감사를 드리는 겁니다. 첫 번째 기제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와 일 년이라는 불연을 맺고 정토에서 만나게 될 그날까지 우리를 이끌어주시는 겁니다. 돌아가신 분들이 우리를 키우는 과정인 셈이지요.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p.77

얼마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까지 죽음은 딴 세상 이야기였다. 초상은 단순히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비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문장을 읽고 나서 그 의미가 더 와닿았다. 단순히 돌아가신 분의 명복보다는 부처님과의 인연의 시작이라고 이야기한 저자의 문장에 공감을 한다. 우리를 이끌어주시고 있다는 말이 더 간절히 느껴진다.

죽음이, 내가 죽는 것이 무서운 것도 아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삶을 사는 게 무서웠다. 온몸을 누르는 그 무게에 저항할 수도, 그 무게를 견뎌낼 수도 없을 것 같았다.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p.135

죽음 자체가 무서운 게 아니었다. 극한 상황에 닥치면 죽는 것보다 사는 게 더 두렵다고들 한다. 죽으려고 하는 것도 어렵다고. 옛 어른들의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야.'라는 말이 불현듯 떠오른다. 삶이 누르는 무게가 주는 어려움이 매일 지속된다고 하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갈 곳도 있을 곳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비를 피할 수 있는 집이 있음에 감사하고,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되었다.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이 순간이 이곳이 얼마나 행복한 곳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했다. 추운 겨울 갈 곳도 있을 곳도 없는 분들을 한번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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