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의 쓸모 - 삶에 허기진 당신을 위한 위로의 밥상
서지현 지음 / 허들링북스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먹는 것을 좋아하고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지 먹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삶이 허기진 사람에게 주는 위로의 밥상이라고 하니 어찌 궁금하지 않을 수 있을까? 허기를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부엌 지기의 이야기가 매력적이다. (부엌 지기라는 명칭도 이 책의 중간에 나오는데 부엌데기가 아닌 이 표현이 매력적이었다.) 먹는 이야기를 한참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군침이 꼴딱. 책에 소개된 여러 가지 요리 중 몇 가지는 해보려고 스킵. 다른 사람의 레시피는 궁금하고 그 레시피는 어떤 맛이 날까 더 궁금하다.

​

배고픔이라는 간절함이 주는 힘

나 역시 배고픔을 많이 느끼지 못한 세대인데, 우리 아이의 세대는 배고픔을 모르는 세대다. 많아서 넘치면 넘쳤지 부족함이 없는 시대에 사는 우리 아이들은 궁핍, 결핍이 주는 힘이 약하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처럼 배가 고프면 그 어떤 것도 맛있을 텐데, 배고픈 적이 없으니 맛있는 것이 적은 것도 당연할 것이다. 최근에 내 몸을 위해서 공복 시간을 가지다 보니 음식이 더 맛있음이 느껴졌다. 자주 먹을 것을 주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정말 배고프게 해서 음식을 먹어보는 건 어떨까. 책에서는 입원한 아들이 금식을 한 뒤에 먹었던 병원밥 이야기가 나온다. 너무나 배가 고파서 먹었던 병원밥이기에 그 맛은 잊을 수 없었다고. 그래서 가끔 아이가 병원밥을 찾는다고 한다. 병원밥이 맛있었다기보다 공복 이후 먹는 음식이라 더 맛있었던 거 아닐까 싶다. 공복 후 먹는 음식의 감사함을 아이가 느낄 수 있도록 나도 아이에 맛있는 한 끼를 챙겨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나도 해볼래, 냄비 밥

사실 냄비밥을 하면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밥이 타지 않도록 불 조절을 해야 하고, 넘치지 않도록 적절히 불을 줄여야 한다. 대신 냅비밥으로 다양한 밥을 해 먹을 수 있다. 전기밥솥으로도 해 먹을 수는 있지만 중간에 재료를 넣을 수 없음에 밥 위에 얹어지는 재료가 너무 물러지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는 냄비 밥이 주는 묘미는 정말 크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토핑 올린 냄비밥의 이야기에 눈으로 한번 머리로 한번 코로 한번 총 세 번 음식의 풍미를 느꼈다. 아직 먹어 보지 못한 가지 밥의 맛이 궁금해졌고, 단호박을 올린 밥은 돌솥 비빔밥집에서 맛보았던 그 맛일까 싶어졌다. 토핑이 얹어진 냄비 밥이 있으면 양념장과 김치 한 가지만 있으면 뚝딱이다. 밥에 신경을 잔뜩 쓰는 대신 반찬 준비는 소홀할 수 있다. 책을 덮자마자 가장 생각났던 메뉴가 냄비밥이었기에 조만간 해 먹는 걸로!

​

도마 오일링과 부엌데기

요리하는 데 있어서 도마는 중요하다. 다른 소재보다 나무로 된 소재를 좋아하기에 고심한 끝에 산 도마를 잘 사용하고 있다. 요리 후에 바로 깨끗이 설거지해주는 게 전부였는데, 도마 오일링 부분을 읽고 반성했다. 내가 도마에게 너무 소홀했구나. 나무로 된 제품이기에 오일링을 하지 않으면 나무 부분이 물에 의해 썩거나 곰팡이가 핀다. 책을 읽고 오랜만에 도마를 관찰했더니, 도마 한쪽이 검게 바꿨다. 이제서라도 도마 오일링을 해줘야겠다며 다시 한번 이 꼭지를 꼼꼼하게 읽어보았다.

​

저자도 도마를 너무 좋아해서 많은 도마를 소유하고 있다고. 삶이 퍽퍽하고 고단한 날엔 밥 짓기를 내려놓고, 도마 오일링을 한다고 한다. 여유만 있으면 할 수 있다는 도마 오일링. 그동안 내 삶에 여유가 없었구나, 도마를 더 아껴야지 하는 마음과 함께 도마도 나도 고단함을 잊어보려 한다.

​

부엌데기라는 말은 왠지 부엌일이 하찮게 느껴지도록 한다. 헌데 이 책에서 이야기한 부엌 지기는 왠지 책임감이 느껴진다​. '등대지기'나 '청지기'와 같이 일의 귀함이 느껴지는 말이라 그런가 보다. 내가 하는 일에 대우를 받으려면 사용하는 명칭도 중요할 터. 이제부터 나는 부엌 지기가 되기로 다짐했다.

​

​

음식 레시피나 음식에 관한 이야기뿐 아니라 주방, 집밥에 관한 이야기까지 음식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있다. 내가 갖고 있는 허기를 이 문장들이 글들이 채워주는 듯한 느낌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주방, 나의 집밥, 나의 요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 나도 나만의 철학을 가지고 부엌 지기로 생활하는 기쁨을 만끽하고 싶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