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환경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돼지가 살처분 되는 모습을 잠시 잠깐 봤었다.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는 현장은 잔혹함 그 자체였다.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것과 같은 '꽥꽥'거림이 한동안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살처분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꽤 오랜 시간 동안 후유증을 겪는다고 했다. 한두 마리가 아닌 수많은 생명이 살처분되는 현장이 주는 잔혹함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이 책은 <살처분, 신화의 종말>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모토로 쓰인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영수 님이 <살처분, 신화의 종말>을 연출하셨고, 윤종웅 님은 가금 분야의 수의사로 20년간 일하셨다고 한다. '과연 살처분이 답인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시작한 이 책은 우리나라의 살처분뿐만 아니라 영국과 홍콩, 네덜란드의 살처분과 백신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백신을 맞는데, 동물은 백신을 맞지 않고 왜 살처분 될까. 코로나19과 같은 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때 바이러스의 시작 지역과 그 주변 반경의 사람들을 다 함께 동물처럼 살처분 한다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나. 사람은 안되는데, 동물이라는 이유로, 가축이라는 이유로 동물을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이 책이 있다.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생산성. 바이러스에 전염되면 생산성이 떨어지기에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 살처분이었다고 하는데, 살처분의 시작은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는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게다가 300년이나 된 정책을 지금까지 시행하고 있다니... 지리적인 상황과 각자 나라의 상황에 따라 살처분과 백신이 함께하는 각국의 상황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10년 전 살처분을 한 장소를 파 보았더니 제대로 썩지 못하고 그대로 남아있는 닭과 돼지들. 과연 우리가 한 행동이 맞는 것인가 다시 한번 고민하게 하는 순간이었다. 수많은 생명을 묻었으니, 땅에서도 이를 다 수용하기는 어려웠으리라. 살처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한 암모니아 가스 분출과 그 땅은 사용할 수 없는 곳이 되니, 정말 우리가 동물에게, 지구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어쩌면 소비자들의 무분별한 육류 소비가 불러온 소비 형태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동물의 대규모 죽음에 대해 이제는 방관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