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아파할 수 있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이동진 지음 / 조선일보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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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친근하지만, 영화평은 그렇지 못하다. 비단 나 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 그런 선입견을 깬 영화비평서 한 권이 있다. 아니, 영화에세이라고나 할까. 이 책은 '이동진의 시네마 레터'에 이은 그의 두 번째 편지다. 영화에 보내는, 혹은 관객에게 보내는 연서(戀書)인 셈이다. 문체는 부드럽고, 표현은 섬세하며, 내용 또한 때론 감성적이다. 그렇지만, 독자에게 자신의 글을 강요하지 않는 미덕이 있다. 그냥 영화를 보고 느껴지는 점을 조용히, 일기를 써 내려간 듯한 느낌. 어느 잡지에 실린 필자의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조그만 안경을 쓴 조용한 그의 얼굴은 그리 말이 많을 것 같지도 않았고, 언성을 높여 이야기하지도 않을 것 같았다. 기자라는 직업이 주는 일반적인 선입견을 깬 인상이었다. 이 책을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그런 필자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책이다. 영화를 소개하는 그의 낮은 목소리처럼, 이 책의 한 문장 한 문장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기억난다고 하는 건 너무 심한 과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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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색 그 물빛 무늬
이순원 지음 / 민음사 / 199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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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색, 그 물빛 무늬>는 여섯 편으로 이루어진 연작소설이다. 그 중 첫 번째 이야기, '수색, 그 물빛 무늬를 찾아서'는 소설을 쓰는 주인공(이수호)에게 '수호 엄마'라고 불렀던 또 다른 어머니가 있었고, '수색'에 가면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그 '수호 엄마'에 관한 그의 기억에서 출발한다. 여기까지 보면, 다른 소설에서도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다. 그렇지만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작가는 '어머니'보다는 '작가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처럼 보인다.

자기를 낳지도 않은 '수호 엄마'를 친엄마처럼 따르던 어린 시절. 그 기억으로 인한 '친엄마에 대한 미안함 '. 이미 오래 전 일이지만, 작가는 그 '수호 엄마'가 있을 것 같은 '수색'이란 동네를 잊지 못하고, '수색'에 가면 '물빛 무늬'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어떤 무의식은 작가를 쫓는다. '물빛 무늬'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어떤 하나를 비유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한 까닭에 정의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것이 작가 혹은 작가와 여정을 함께 하는 독자의 마음에서, 각각의 서로 다른 기억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는 것 밖에. 마음의 상처는 밖으로 드러낼수록,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을수록 빨리 치유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작가는 이 소설을 쓰는 것으로, 마음 한 구석에 크게 자리잡고 있던 무거운 짐을 덜어놓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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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 창비시선 56
김용택 지음 / 창비 / 198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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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보낸 메일에는 이런 시가 있었다.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 개월은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이/ 몹시 괴로운 시간이었읍니다.'로 시작하는 시인 김용택의 '사랑'이라는 시였다. 한 줄 한 줄 너무도 가슴에 와 닿는 고운 문장이었고, 수소문 끝에 시집을 구할 수 있었다. '섬진강 시인'으로 잘 알려진 시인의 시집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몇 번 텔레비전이나 잡지를 통해 시인을 만날 수 있었지만, 시인에게는 늘 '농촌의 정서…'같은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그의 작품이 잘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지만 시집 '맑은 날'을 읽으면서 시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는 단지 '한 어머니의 아들'이었고, '누이의 오빠 혹은 동생'이었던 것이다. 다른 점이 있었다면, 그런 소소한(?) 소재로 소박하지만, 맑은 시를 썼다는 것이다.

따뜻한 가족에의 사랑, 사랑을 잃은 여린 심성, 강한 조국애… 이런 심성은 싯귀 하나 하나에 잘 스며들어있고, 시를 읽는 사람의 마음에도 조용히 파고든다. 책장을 덮으면서, 그 동안 너무 산문위주의 독서에만 치우치지 않았나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바쁜 일상에 잔잔한 행복을 찾는다면, 김용택 시인의 시 한 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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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이해
민병록 외 지음 / 집문당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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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영화관련 기사가 신문에 실리고, TV에서도 일요일 오후에는 영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영화주간지와 월간지도 넘쳐나고… 우리는 가히 영화 홍수시대에 살고 있다. 영화를 영화관이나 비디오로 편안히 감상하면 좋겠지만, 각종 매체는 이런 관객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이런 저런 이론을 인용해 쓴 영화평이나 기사는 마치 '영화에 대해 이 정도는 공부해야 되지 않겠어?'라고 종용하는 듯하다.

자, 이쯤에서 생각나는 책, 바로 루이스. 쟈네티의 <영화의 이해-이론과 실제>다. 이 책은 몇 년 전 대학에 다닐 때, '연극영화론'이라는 과목의 교재였다. 작은 글씨체에 조금 많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분량, 당시 영화를 취미정도 생각했던 내게는 조금 부담스러운 책이었다. 그렇지만 영화의 역사와 촬영기법, 용어 등을 상세하게 훑어 내려간 그 방대한 분량, 무엇보다도 영화를 공부하기 위해 알아야 할 기본적인 내용을 비교적 충실히 다루고 있는 점, 텍스트만으로 설명이 부족한 내용은 실제 영화를 예로 들어 설명하는 것은 이 책의 장점이다. 그렇지만 이런 장점이 영화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영화에 대하여 알고 싶은 두세가지 것들>과 같이 좀 더 쉬운 책을 읽은 다음, 도전해보는 것이 어떨까. 아무래도 영화에 대한 기본지식을 갖춘 다음 읽는다면,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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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한 마리가 있다면 - 한가지 시리즈 2 한가지 시리즈 2
방영아 지음 / 시공사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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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책 홍수의 시대다. 각 출판사에서 나온 전형적인 요리책에서부터, 식도락가로 알려져 있는 몇 몇 연예인들이 무크지형식으로 내놓은 것까지. 실로 그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쉽게 응용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것은 몇 권이나 될까. 이 점을 요리책의 최고의 가치로 생각할 때, 시공사에서 출판된 '한 가지 시리즈2-닭 한 마리가 있다면'은 성공한 책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장점은 먼저, 얇고 쉽다는 것이다. 구하기 쉬운 재료와 비교적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음식으로 내용을 구성했기 때문에 초보자들이 참고하기에 유용하고, 조리 과정을 사진으로도 담아 이해를 도왔다. 또한 이 책의 주재료인 '닭고기'를 조리하는데 필요한 기초 정보(닭의 부위별 특징, 닭고기 잘 고르는 법, 손질하는 법 등)와 테이블 데코레이션 방법도 있어 비교적 짜임새 있는 구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책을 펼쳐놓고 요리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점인데, 스프링 노트처럼 만들어졌다면 한결 보기 편한 요리책이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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