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집에서 아기를 데리고 온 젊은 부부를 보았다. 아기는 유아용 의자에 앉아 낯선 장소가 신기한지 물컵으로 장난을치고 그러지 마라는 엄마의 얘기에 꺄르르 웃는다. 아기가 얼마나 예쁘고 순수해보였는지 모른다. 신이... 우주가... 사람이... 만들어낸 것 중 가장 신비롭고 아름다운 존재가 아기일 것이다. 아기 속에 이 우주의 모든 좋은 것들이 담겨있으리라. 그림책 '대추 한 알'을 보며 문득 아기가 떠올랐다. 대추 한 알에도 무수한 자연 현상, 시간의 힘, 우주의 섭리가 담겨 있다는 시인의 통찰이 감동적이었다. 대추는 붉어지고 말라서 여러가지 음식재료로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사용되리라. 사람들은 우주를.. 시간의 힘을 몸속에 마음속에 담아가리라. 그 힘으로 건강하게 살아가리라. 대추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생명있는 것들이 그렇지 않을까?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도 대추 한 알처럼 바람, 햇빛, 비, 태풍,천둥의 시간을 견디며 힘들게 태어났으리라. 그리고 그만큼 힘든 시간을 겪으며 성장하고 어른이 되고 소멸의 순간을 향해 다가갈 것이다. 행복하고 아름다운 순간만 만나진 못하겠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대추 한 알처럼 더 단단하고 더 알차게 영글어갈 것이다. 성철 스님은 팔만대장경을 한 글자로 줄이면 마음 '심'이라 하셨다. 이 우주의 모든 생명에는 마음이 있고 거기에는 이 우주를 담을 수 있는 여유와 공간이 있다는 것을 이 그림책도 아름다운 풍경과 여백으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