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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노니는 집 - 제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30
이영서 지음, 김동성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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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한 역사동화란 평에 어린이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하며 기대를 많이 했던 책이다. 기대했던 만큼 정말 재미있고 이야기의 흐름이 빨랐다.

 

천주교 박해라는 역사적 사실에서 장이란 어린아이는 자칫하면 가장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었을 테텐데 이야기를 주도하며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이 있었다. 필사쟁이라는 독특한 일을 해서인가? 장이는 서학 책을 필사했다는 이유로 모진 고문을 당한 끝에 세상은 떠난 아버지를 두어 자신도 비슷한 길을 간 아이다. 단 장이는 어두운 현실에 울고만 있지 않았다. 자신이 존경하는 어른을 지켜내는 데 큰 역할을 했고, 나중엔 '책과 노니는 집'을 이끌 대들보가 될 것이다.

 

작가는 철저하게 장이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오히려 다른 인물에 대해 궁금한 점이 남아 아쉽기도 했다. 특히 고운 성품의 미적 아씨는 붙잡혀가서 어떻게 되었을까 걱정이 된다. 그리고 허궁제비는 왜 은혜를 원수로 갚았을지 충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그가 못된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에게 베푼 미적아씨의 고운 마음을 배신하는 데는 뭔가 이유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 점은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어쨌든 장이는 더 이상 역사의 풍파를 겪지 않고 책과 노니는 집에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는데 결코 쉬운 일을 아닌 것 같다. 혹시나 작가가 뒷이야기를 써 주면 장이는 어떻게 될까 이런저런 상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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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거인
프랑수아 플라스 글 그림, 윤정임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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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울림을 주는 이야기입니다.

 

미지의 거인국을 찾아 떠난 지리학자가 드디어 거인국을 찾아 그들과 교감과 우정을 나누었으나 결국 비극으로 끝맺는 이야기입니다. 왜 비극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을까요?

 

인간의 지적 허영, 명예욕, 우월감, 오판, 이기심 등이 본래 자연을 가만두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지리학자에게 마지막 거인의 머리는 "침묵을 지킬 수는 없었니?"라고 소리 없는 말을 전했는데요. 정말 가슴 아픈 장면이었습니다.

자연과 우주를 노래하던 아름답고 신비한 거인은 인간과 공존할 수 없을까 하는 의문이 이 책을 읽으며 회의로 바뀌었습니다.

 

자연과 공존하지 못하는 지독히 욕심많은 인간들에게 나직하면서도 강렬한 경고장으로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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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이유정 푸른숲 작은 나무 13
유은실 지음, 변영미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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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소개부터 재미있는 책이다. 지은이는 오른손 왼손을 오 학년 때 깨쳤다는데 왠지 부족한 것 많은 나나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것 같아 호감이 생긴다.

5편의 단편 모두 웃음이 실실 나오면서도 가슴 뭉클한 이야기들이다.

주인공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변변치 않은 형편의 아이들이다. <할아버지 숙제>에서 경수는 자랑거리 하나 없는 한심한 할아버지들을 두었다. 술주정뱅이 할아버지와 노름꾼 외할아버지 얘기를 들어야 하는 경수가 불쌍하면서도 웃음이 나오는 건 경수의 할머니나 엄마의 푸념을 나도 비슷하게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멀쩡한 이유정>의 유정이도 왠지 우리들의 덜떨어진 모습을 대표하는 것 같아 공감이 간다. 엄청난 길치 이유정은 아직도 하교할 때 동생을 따라다녀야 하는데 길치인 것 빼고는 아주 멀쩡하다. 유정이가 길치인 것도 뭐 내가 어른이 되어도 젓가락질을 제대로 못하거나 공포영화는 죽었다 깨나도 못 보거나 사람들한테 말 걸기를 잘 못하는 약점들과 다를 바 없다.

어른이 된 나는 어렸을 때 아니 지금도 갖고 있는 나의 약점을 창피해하고 그것 때문에 지독한 열등감에 괴로워하면서 아이들에게는 보다 ‘멀쩡해지길’ 원할 때가 많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세상은 <눈>의 주인공 아이가 이미 깨달은 것처럼 너무나 불공평하고 <새우가 없는 마을>처럼 가난한 사람들이 살아가기가 버겁기 때문이다. 내 아이들이 험난한 세상살이를 덜 괴롭고 편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이가 좀 더 똑 부러지고 똘똘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나나 아이들이나 ‘그냥’ 사는 게 괴롭다가도 사소한 일에도 행복을 느끼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멀쩡하지 않지만 그냥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인생의 작은 즐거움을 충분히 누리며 재미있게 살 수 있다고 위로하고 용기를 준다. 또한 아등바등 멀쩡해지려고 노력하지 말고 자신을 그냥 있는 그대로 두라고 얘기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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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들판 - 완결편 견인 도시 연대기 4
필립 리브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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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인도시연대기 마지막 권이 드디어 나왔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책이라 기쁨과 설렘이 크다. 4권 『황혼의 들판』은 전권들에 비해 두께가 상당하다. 600페이지가 넘는다. 작가가 그동안 벌려 놓은 이야기가 워낙 방대했고, 또 책을 끝내기가 아쉽기도 했나 보다.

200페이지 정도 읽었는데 기대와 궁금증이 더 커지고 말았다. 과연 내가 좋아하는 주인공들은 어떤 결말을 보여 줄까? 희망을 줄 것인가, 아니면 냉소를 날리며 비극으로 맺을 것인가? 예전 매카시의 『더 로드』를 읽었을 때 가슴을 죄어오는 고통 속에서도 손톱만큼의 희망을 보며 거의 탈진까지 이를 정도로 책읽기가 힘들면서도 엄청난 감동을 느꼈었다. 분위기나 줄거리가 두 책을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지만(견인도시연대기는 읽으면서 괴롭지는 않다^^) 독자로서의 마음가짐이나 읽는 기쁨은 비슷하다. 견인도시연대기 또한 책을 읽는 내내 긴장과 재미로 손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주인공 헤스터 쇼는 마지막 권에서 거의 살인 병기가 되어 버렸다. 드라마 무사 백동수의 여운처럼 살기를 타고난 운명의 주인공, 자신을 철저히 불행으로 몰고가려는 포기 상태인 듯 보였다. 하지만 헤스터 쇼는 인간이고 결코 살인 병기로 살 인물은 아니다. 기가 막힌 설정은 지금껏 살인 병기 역할을 했던 슈라이크가 닥터 제로(나가 부인)가 심어 준 프로그램 때문인지 더 이상 살인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닥터 제로는 슈라이크에 왜 그런 마음을 심어 줬는지, 이후 닥터 제로가 헤스터와 슈라이크를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된다. 헤스터는 기존의 여자 주인공의 이미지와 공식을 와장창 깬 캐릭터다. 친아버지에 의해 얼굴에 큰 상처를 입었고, 이후 톰이라는 착하고 순한 남자를 만나 사랑을 하고 평범한 행복을 누릴 법도 했으나 외부, 내부적인 원인으로 다시 가족을 버리고 홀로 떠난, 어떻게 보면 이기적이고 또 다른 면으로 보면 너무나 자기주도적인 씩씩한 여자다. 그래서 난 이 캐릭터에 큰 기대와 연민과 사랑을 품고 있다.

마지막 권에선 지금까지 것 중 가장 큰 폭풍이 일어날 것이다. 60분 전쟁의 교훈을 무시하고 정복 욕심에 눈이 멀어 있는 인간들이 여전히 많다. 전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무식하면서도 잔인한 생각은 책에서나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나 통한다. 그게 무섭지만 또 그에 대항하는 합리적인 평화주의자들 또한 존재하기에 절망적이진 않다. 과연 이 책에선 평화주의자들이 어떤 저력을 발휘해 희망을 보여 줄지…….

반견인도시연맹 지도자 나가 장군은 희미한 새소리를 들으며 이렇게 말한다.

“바로 저거야. … 애초에 전쟁을 시작한 건 도시들을 없애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가 다시 지저귀는 것을 듣기 위해서였어.” “우리의 임무는 세상을 다시 녹색으로 만드는 거야. … 지금까지는 세상을 진흙탕으로 만들어 오기만 했어.

황혼의 들판 끝에서 나가 장군의 소망대로 녹색 세상에서 아름다운 새소리를 마음껏 들을 수 있을까. 끊임없이 전쟁이 이어지고, 멀쩡한 자연이 인간의 욕심과 어이없는 경제 논리에 의해 파괴되는 우리 세상에서도 아름답고 평화로운 푸르름이 가득한 날이 올까. 바람만 가지고는 안 될 것이다. 책속에서도 현실에서도 실행하는 사람들이 있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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