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다르다는거...

네 번째 빙하기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양억관 옮김 / 좋은생각 / 2009년 9월

이 책을 받아들고서 첫장을 펼쳐 읽어내려가기 시작하면서 내가 느낀점은 참 잘 만들어진 책이라는거였다. 매끄러운 번역도 맘에 들고, 잔잔하게 펼쳐지는 내용 또한 작가가 역량있는 사람임을 느끼게 해줬다. 남들과 다르다는건 가끔 행복하고 신나는 일일수도 있지만, 대부분 그렇지 못할때가 많지 않은가싶다. 더더군다나, 내가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괴로울수 있는 성장기/사춘기일때는 더더욱 그렇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주인공 와타루는 연구소에서 유전공학 연구일을 하는 싱글맘과 사는 아이이다. 시골마을 사람들로부터 받는 '결혼도 하지 않고 낳은 여자의 아이' 라는 배타적인 시선도, 눈에 띄게 남들과 다른 외모도, 보고싶지만 누구인지도 모르는 아버지도 그리운 그런 아이이다. 그런 와타루는 어른이 된 모든이들이 가끔 생각해보았을 화두...'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더욱 고심해서 하는 그런 아이이다. 그런 와타루가 친구, '사치'를 통해서 삶에 대해서 배우고 느끼고 성장하는 과정이 참 잘 그려져있다. 단순하게 개인적으로 자주 접해보지 못한 일본작가의 작품이라는 점때문에, 성장소설이라고해서, 크로마뇽의 후예라고 생각하는 황당할수도 있는 아이가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내는지 궁금해서 접한 책 한권에서 뜻하지 않게 거리를 헤매다 좋은 카페를 만난듯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나 또한 남들과 다른 외모를 가진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였을까... 시베리아로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와타루의 모습에 내 아이들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보였던것은...

더 이상 피라미드와 나일강만 얘기하지 말자.

1000일간의 아라비안나이트 - 상상초월 이집트, 버라이어티 수다로 풀다
김정은 지음 / 동아일보사 / 2009년 7월

책표지 안쪽의 저자 소개에 작가 김정은은 "소심하고 모험을 싫어하는 온건보수 성향에 어울리지 않게 지난 10년동안 혁명적인 삶을 살았다" 고 소개되어있다. 이 문장 하나에 지은이의 지난 삶이 너무나 잘 소개가 되어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 전공과 큰 상관이 없는 방송계 일을 하다가 서른 중반을 넘어선 시점에 남의 나라에서 공부를 하겠다고 훌쩍 떠난 지은이는 재일교포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신혼 1년 생활만에 특파원 발령인 난 남편을 따라 아는거라곤 피라미드와 나일강밖에 없는 이집트로 떠나게된다. 이 책은 4장으로 나눠져 있다. 1장-프레스 마담(기자의 아내를 일컷는 말), 태양의 도시 카이로에 가다 2장- 프레스 마담, 카이로의 매력에 빠지다 3장-프레스 마담, 카이로 문화에 탐닉하다 4장-프레스 마담, 호텔 파라다이스 두바이에 홀릭하다 1장부터 3장까진 작가의 카이로 생활이 그려져있고, 세계 첫 7성 호텔로 유명한 두바이에 관한 이야기는 마지막인 4장에 있는데, 기대하지 않았던 보나스를 받은 느낌이었다고 할까? 나는 어릴적 꿈이 고고학자였었다. 어린 마음에 이집트는 내게 마법의 성과 동일시될만큼의 매력을 가진 꿈에서나 그려보는 그런 나라였다. 고고학자의 꿈을 이루지는 못하였으나, 남들 다 간다는 유럽베낭 여행길에 나라고 빠질순 없었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이 파루라도 더 많은 유럽의 국가를 보려고 발도장 찍고 인증샷을 찍을때, 난 내가 보고싶던 영국의 빅뱅과 프랑스의 에펠탑과 이태리의 콜로세움을 본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집트를 향했었다. 피라미드를 봐야했기때문이다. 내가 약 20여년전에 경험한 일을 저자는 몇년전에 똑같이 겪고있었다. 동양인을 보면 대뜸 일본인이냐고 묻고, 아니라고 말하면 중국인이냐고 묻고...내 돈주머니(그렇다고 내가 돈을 가지고 여행을 했다는 얘긴 절대로 아님)를 노리는 호객인들이 얼마나 무섭고 귀찮고 짜증이 나던지. 내가 가장 즐겁게 읽은 부분은 3장이었다. 이집트를 짧은 여행으로만 겪은 나같은 사람이 경험을 할수있는 것들이 아닌것을 소개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단순한 여행자가 아닌 3년간의 이집트에서의 삶을 보여주기때문에 일반 여행기와는 그 느낌이 다르고, 더 이상 여행객이나 관광객이 아닌 내부인(!)으로서의 그녀의 생각과 생활이 보여지기 때문에 이 책이 나같이 짧은 일정으로 수박겉핥기만 하고 온 여행자에게 더욱더 이집트에 대해 잘 알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 여행의 재미를 다시 되살아 보게 하는 매력을 보여주는거겠지만 말이다. 이 책에 대해선 할말이 너무나 많지만, 책을 읽고자 하는 이들의 재미를 내가 빼앗아버릴수는 없다. 그저 한마디 꼭 하라면....이집트를 가보고 싶은데 여건이 되지 않는 분들, 혹은 언젠가 그게 가까운 미래이든 막연히 꿈에나 그려보는 먼 미래이든 이집트를 한번쯤 여행해보고자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여행의 꿈까진 아니더라도 이집트에 대해 궁금하시거나 잘 쓰여진 여행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페이지 건너 하나씩 끼워져있는 이집트 여러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보고 작가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이집트 여행의 기분을 만끽 하실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내 아이를 이해하는 법

아이의 사생활 ㅣ 아이의 사생활 시리즈 1
EBS 아이의 사생활 제작팀 지음 / 지식채널 / 2009년 7월

한국의 티비에서 다큐멘터리로 방영이 되었다는 프로그램을 글로 엮었다고 해서 내 눈길을 끌었던 책. 다큐멘터리를 볼 상황이 아니었지만, 그 내용은 궁금하여 지인들로부터 대강 내용만 듣고는, 아~ 직접 보고싶다...책으로 있으면 더 좋을걸~ 이라고 생각하다가 운좋게 서평이벤트를 통해 읽게 된 책. 책은 다섯개 부분으로 나뉘어져있다. 나는 누구인가, 남과 여, 그들의 차이, 다중지능, 도덕성, 그리고 자아존중감. 첫 네부분은 각각 과학적으로 아이의 뇌구조등과 함께, 왜 남자와 여자가 다른지를 설명하고 가드너 박사의 8영역의 다중지능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도덕성이 왜 아이의 인성 형성에 중요한지 강조하며, 마지막 자아 존중감에서 작자는 이 책의 마무리를 한다. 내가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도덕성과 자아존중감에 대해 쓰여진 마지막 두 부분이었다. 영유아 발달과 교육을 전공했으니, 첫 세 부분은 지금까지 내가 익혀온 정보에 대한 반복정도였기 때문이지만, 초등학교 교사로 일할 당시와 지금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마지막 두 부분이 크게 가슴에 와닿았기 때문이다. 내 아이(들)에게 도덕성을 가르치려면, 부모로써 떳떳하게 가르칠 입장이 되어야한다. 현 사회에서 도덕성을 지키며 살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때론 용기가 필요하다. 말로만 도덕성을 지키는게 아니라, 부모의 행동을 보고 자라는 아이들에게 도덕성을 익히게 해주기 위해선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필요함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마지막의 자아존중감. 긍정적인 자아감을 형성시켜주기 위해서 부모는 올바른 양육태도를 가져야한다.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어른이라서, 엄마라서, 아빠라서...우리가 쉽게 내뱉는 말 한마디에 아이는 큰 상처를 입을수도 있다. 주옥같은 문장과 내용이 끈임없이 나를 깊은 생각속에 며칠 살게 한 책이었다. 책에서 독자에게 아이를 성공한 아이로 키우고 싶냐고 물었다. 성공이라는건 사람마다 그 잣대가 틀리다. 사회적인 지위일수도 있고, 재물일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성공한 사람은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꾸려가면서 행복한 사람이다. 책에서는 아이를 성공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아이해심이 높은 사람으로 만들라한다. 자아이해심...스스로 자신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정하고, 몸으로 실천하는것. 이런 자아이해심..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필요한 성향이다. 내 아이를 조금 더 잘 이애하고, 아이와 더불어 함께 커갈수 있도록 그 방향을 제시해 준 책이라 읽는 내내 흥미로왔다.

당차게 사는 사람

얘들아 힘들면 연락해
김수미 지음 / 샘터사 / 2009년 6월

북카페에 이 책이 소개가 되었을때, 난 깜짝 놀랐었다. 김수미..쇳소리로 주책없이 떠들어대는 일용엄니로만 기억했던 그녀가 한두권이 아닌, 여덟번째 책을 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제목부터 그녀다운 느낌이다. 거침없고, 당차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용엄니로 그녀를 기억하던 나에겐 표지에 보이는 그녀의 모습도 작가라는 명찰을 단 그녀의 이름만큼이나 낯설었다. 책을 펼치고 하룻밤새 읽은 느낌은, 그녀는 성공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창피하게도 이 책을 접하기전에 난 '빙의'가 무슨 말인지 몰랐다. 그런 어려운 일을 겪고, 김수미 그녀는 당당하게 만인의 앞에서 거침없는 연기를 해낸다. 그녀가 풀어놓는 수많은 인연과의 얘기들을 읽는것도 재미났다. 김수미의 어려운 사정을 알고 본인의 통장을 내주는 김혜자씨, 출연하는 작품의 의상이 인연이 되어 세월을 함께 엮어나가는 이효재 이외에도 황신혜, 유재석, 유인촌 등 쟁쟁한 여러 인물들. 그녀의 이런 인맥이 그녀의 성품을 대변하는게 아닌가싶다. 재미와 호기심으로 신청했던 책이었지만, 마지막 부분에 그녀가 세상을 살아가는 그녀의 얘길 하는걸 읽으면서...내가 살아온 세월과 앞으로 살아갈 세월에 대한 생각을 하는 기회도 갖게되었던 뜻깊은 책이었다. 이제, 그녀의 당찬 삶의 얘길 들으러 그녀의 다른 책들을 찾아보러 가야겠다.

희망을 갖고 하루하루를...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우연한 기회에 두어번 뵌적이 있던 장영희 교수님. 그분이 운명하셨단 뉴스를 전해듣고 며칠동안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신체적 장애는 있었는지 모를망정, 마음과 정신만은 너무나 건강하셨던 분. 직접 뵙기전에 책으로 먼저 만나뵙고 동경과 존경을 내게서 이끌어내셨던 분. 이 책,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에서 그녀다운 잔잔하고 진솔한 목소리가 독자들에게 가슴깊이 전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읽다보면 짜증이 나리만큼 잘 포장되고 잘 다듬어진, 그러나 진실된 속을 들여다보기 힘들게하는 다른 이들의 수필집들과는 달리 장영희 교수님의 희망적인 메세지가 책 곳곳에 숨어있는 너무나 그녀다운 작품. 책으로 엮어져나온걸 보지 못하고 운명하신게 안타깝기만하다. 암투병...본인이 겪는것이든 가족중에 누군가가 맞서 싸우고 있는 난관이든 그것이 얼마나 힘든 싸움인지 직접 겪어본 나로써는 자신의 마지막날까지 최선을 다해서 글을 써내신 장영희 교수님께 기립박수와 찬사를 보낸다. 그녀의 책속에 이런 내용의 글귀가 있었다. 나쁜 운명을 깨울까봐 살금살금 걷다가 좋은 운명마저 깨우지 못할까봐 나쁜운명, 좋은 운명 상관치 않고 당당하게 크게 걷겠다는... 그녀가 내게 주는 교훈...바로 이것이었다. 인생이 어떤것을 내 앞에 던져놓던 그것에 맞서 싸워볼 용기와 희망을 갖는것. 많은 독자들이 그녀의 책을 통해서 그 교훈을 함께 나눠보길 소심하게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