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치는 언니의 넌지시
김성옥 지음 / 연지출판사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나에게 시가 무엇인지 유독 생각을 많이 해보는 한 해가 아니었나 모르겠다.

작년에 활동하는 영어책 클럽에서 영어시를 필사 하고 북클럽 회원들과 나누면서 소통하는 기회를 통해서 나는 시라는 장르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나에게 시는 중고등학생 시절 국어 시간에 시험을 대비해 철저하게 해부(!) 해야만 하는 그런 글에 지나지 않았었다. 하지만, 시를 통해 느끼는 감동의 깊이를 느끼게 된 후 나는 동서고금, 시인의 성별에 상관 없이 여러 시인들의 시를 접하면서 내 취향에 맞는 시인과 시를 찾아 가고 있다. 

이 언니는 대체 누구길래 '빡치는'이라는 속된 단어로 자신을 표현했을까라는 궁금함이 있었다. 요즘 대세라는 쎈 언니중 한명인가? 아직 서른도 되지 않은 만인의 언니는 글을 써 본 적도 쓰게 될 줄도 몰랐다고 하는데, 대세인 SNS 의 힘을 얻어 만인의 관심 속에 이렇게 공감 가는 글을 쓰게 되었나 보다. 

아래는 내가 공감한 그녀의 글 몇개이다.

넌지시 #59
어려운 것을 피하려 
쉬운 것을 찾지만, 
쉬운 것을 찾는 것이
가장 어렵기도 해요.

이 시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살이에는 꼼수가 없다는 것. 그래서, 오늘도 그저 묵묵히 내 갈길을 가는 것이 최고라는 것.


넌지시 #78
생각할수록 생각나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있는 시간이 짧게만 느껴지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궁금한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만큼 당신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이 책 전체를 통털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이 이 글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달필이지 못함에도 불구 하고 이 글은 따로 좋은 글귀를 발췌해 모아두는 수첩에 적어 두었다.
두고 두고 되새겨 보고 싶은 마음에... 나이가 들수록 사람 대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고, 내편인 사람...나의 사람을 곁에 두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생각하게 되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고 싶은 마음으로 내 자신을 잘 다듬어 나간다면 누군가는 나를 그리 생각해 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넌지시 #102
서운함이 쌓이면 
오해가 되고
그리움이 쌓이면 이해가 되죠

결혼 이십년차를 시작한 요즘 나와 남편은 서로에게 그리 살갑지도, 친절하지도 못하다.
오히려 과연 우리는 커플이라는 이름으로, 부부라는 이름으로 계속 한팀이 되어 살아야 하나라는 자문을 매일 한다. 결국 그간 우리가 미처 말로 풀어내지 못했던 것들이 쌓여 우리 사이의 간격은 넓어져만 가는것 같고...그것을 풀어야 하는건지, 그럴 마음조차 없는건 아닌지, 고민되는 요즘.... 
남편이 한국어를 할 줄 알았다면 이 문구에 진하게 밑줄을 그어 책을 슬쩍 내밀어 보고 싶네....

빡치는 언니...당신은 빡치지도 쎄지도 않아요.
아주 달아요. 부드럽고 달달한, 길지 않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글로 풀어낸 당신의 생각을 읽을 기회를 갖게 해주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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