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사랑을 그리다
유광수 지음 / 한언출판사 / 201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까지 활동하는 영어책읽기 카페에서 프로젝트 활동으로 3개월간 인간의 역사에 대해서 공부한 적이 있다. 그 활동을 하는 내내 참 많이 놀랐던 것은 인류사 전체의 기간을 놓고 봤을 때, 우리가 인간답게(!) 살게 된 것이 얼마나 극도로 짧은 시간인가 하는 것이다. 물론, 생물학적으로 남녀의 관계를 통해서 현재까지 인류가 존재하지만, 과연 우리가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에 '사랑' 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얼마나 되었을까 조금 궁금했더랬다. 


저자 유광수는 이 책을 통해 내가 중, 고등학생일때 접한 국사책을 통해 기억하는 역사속 옛선조들의 이야기뿐 아니라 할머니나 어머니께서 잠자리에서나 들려주셨던, 혹은 어린 시절 동화책으로 접했던 이야기들을 예로 들며 다양한 형태의 '사랑' 에 대해서 얘기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찌 늘 쌍방통행일 수가 있을까! 지금까지 짝사랑 한 번쯤 해보지 않은 사람은 또 있으려나!

그래서인지, 저자는 이 책을 크게 두부분으로 나누었다. 

나만의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1부에서 짝사랑, 마스터베이션, 도착과 페티시즘, 강간, 간통을, 그리고 서로의 사랑이라는 2부에서는 파편화된 사랑, 엇나간 사랑, 고운 사랑, 순수한 사랑, 숭고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이런 큰 주제와 소주제안에 <박씨전>, <아랑전>, <운영전>, <은애전>, <일타홍>, <최적전>, <춘향전>, <변강쇠와 옹녀전>, <지귀설화>, <윤지경전>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혹은 잘 모르던 고전 이야기들을 통해 다시금 사랑의 형태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한다. 


외국 살이가 오래되다 보니 한국의 티비 프로그램을 보는 일이 쉽지 않은데, 언젠가 퓨전사극(!) 드라마인 <아랑사또전>을 친구가 보내준 파일로 보게 되었다. 어린 시절 한여름밤에 어머니 아버지 사이에 앉아 티비를 바라보는 시간보다 그분들 품에 웅크리는 시간이 더 많을만큼 무서웠던 '전설의 고향' 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접했던 이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였는데, 남녀 주인공의 귀여운 행동들과 설정으로 무섭다기 보다 녀석들, 귀엽네~ 라는 감정을 갖고 보았었는데, 이번에는 저자의 시선을 덧붙여 보게 되었다. 


그리고, 가장 크게 공감을 했던 것은 아무래도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이 이야기는 여전히 마치 아주 아름다운 동화속 얘기인양 많은 어머니들이 아이들에게 읽어주거나 읽게하고 있지 않나 싶은데, 나는 제일 처음 이 이야기를 접했던 어린 시절에 어머니에게 물었었다.  선녀가 정말 나뭇꾼과 살고 싶었을까? 하늘나라에 있는 엄마 아빠를 볼 수도 없고, 모르는 사람과 모르는 곳에서 살아야 하는데? 그 후로 어느 순간에 그 책은 우리집에서 자취를 감췄었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통해 '강간' 이라는 묵직한 화두를 독자들에게 던진다.  그렇다! 나뭇꾼은 자신이 선녀를 사랑해서 그녀의 날개옷을 감추고, 자신의 아이를 갖게 하고, 하늘나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했다고 하는데,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었을까? 선녀의 입장에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목욕하러 잠시 내려온 곳에서 자신이 속한 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날개옷을 도둑맞아, 그것을 훔친 사람과 살게 되고 가정을 꾸미고.... 미국에서 꽤 자주 마주치게 되는 이야기중 하나가 납치 감금 되어 자신을 납치한 사람의 아이를 갖고 낳아 키우며 살다가 구출된 여자들의 이야기들이다. 대체 이 이야기속의 나뭇꾼과 현대 사회의 이런 납치범의 차이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꽤 다양한 고전속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에게 과연 사랑이 무엇인지, 어떤 것이 진정한 사랑인건지 생각해 보게 하는 재밌는 책 한권, 잘 읽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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