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취향 - 라오넬라 여행 산문집, 다시 여행을 말하다
고연주 지음 / 북노마드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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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혹은 읽고 난 후에 저자를 한마디로 가장 정확하게, 또는 근접하게 표현하는 단어라면, 바로 '노마드'가 아닐까 싶다.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를 부정하면서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철학적 개념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극단적으로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유랑자'가 아닐까 싶다. 


저자는 그런 유랑자의 성격을 짙게 보인다.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여행을 떠난다. 그렇다고 평범한 보통 사람들처럼 어느 곳인가 시간과 장소를 정해 머물며 남들이 흔히 가는 박물관에 들리고, 쇼핑을 하며, 기념 사진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마치 그 곳에 아주 살 사람인냥 정해지지 않은 시간을 두고 가슴이 시키는대로 머물며 인연을 만들고, 사랑을 하고, 그러다 또 훌쩍 떠나 출발지로 돌아온다.


웬만한 사람은 감히 상상도 못해볼 숫자인 서른 여섯번의 이사를 한 그녀는 소설을 냈던 소설가이기도 하고, 인기 블로그 작가라고도 하는데, 나는 사실 이 산문집을 통해 그녀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오히려 그것이 더 잘된 일이 아닌가도 생각해 본 것은 내게 블로그 작가는 왜인지 모르지만, 뭔가 한시적인 반짝 세일 상품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고, 소설가라면 뭔지 모르지만 거리감과 동시에 나와는 다른 종족이라는 느낌을 갖게 해서인데, 최소한 이 산문집을 읽으면서 나는 그녀에게 굉장히 큰 호감을 느꼈고 그녀의 글을 통해 그녀의 

생각에 큰 공감을 갖겼기 때문이다. 


솔직히 책 초반에 나는 그녀가 정한 것인지 출판사에서 정해준 것인지는 모르지만, 책 제목에 대해서 의아함을 품었더랬다. 나의 취향이 아니라 '우리의' 취향이라니.... 남들은 흔히 가보지 않는 나라에 여행을 가고, 그 곳에 눌러앉아 마치 네이티브인양 시간을 보내고, 남들은 생각해 보지도 않을 친구들을 만나면서 그게 '우리'라는 대명사를 사용해도 되는 범주의 행동이나 취향일까 생각해 보았지만, 책을 다 읽어낸 이 시점에서는 그녀가 왜 그리 제목을 지었는지 알거 같다는 느낌이 든다...어슴프레....


여행처럼 누군가의 취향을 극명히 보여주는 것도 없다. 그것은 누군가가 어떤 삶을 살아왔으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길 원하는가까지도 가끔은 들여다 보게 해줄만큼 확연히 취향을 내보이는 것이니까...


단순한 여행서가 아니다. 누군가에게 정보를 전하는 책은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누군가가 자신이 살아왔던 모습의 일면을 보여주려고 하며, 그것을 보는 사람이 사유의 기회를 갖고, 자신의 취향에 대해서, 타인과 함께 하는 삶의 자세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기회는 준다. 그 정도면 이 가을에 한 번쯤 읽어볼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는 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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