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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사랑 - 순수함을 열망한 문학적 천재의 이면
베르벨 레츠 지음, 김이섭 옮김 / 자음과모음 / 2014년 8월
평점 :
동전이 두개의 다른 면을 가지고 있듯이 사람 또한 그렇다. 타인에게 보이는 얼굴이 스스로에게 보이는 얼굴과 다를 것이고, 가정에서 보여 주는 모습이 사회에서 보여주는 모습과는 또 다를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나는 가끔 생각한다.
여기 세계의 대문호중 한 명인 헤르만 헤세의 다른 면을 보여주는 책이 있다.
내가 알고 있는 헤르만 헤세는 신학자의 집안에서 태어나 끊임없이 종교, 철학과 정의에 대해서 탐구했지만 문학인으로서의 삶이 자신의 운명이라고 믿었었던 사람이었고, 그런 그의 믿음 덕분에 내 중고등학생 시절 항상 침대 옆 나잇스탠드를 차지하고 있던 책들은 그의 작품들이었다. 그렇게 노벨 문학상까지 수여받은 그였지만 문학인으로서의 그의 삶과 개인으로서의 그의 삶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차이를 보인다.
얼마 전에 티비 프로그램인 <사랑과 전쟁>을 보면서 스트레스 해소를 한다는 친구의 얘기를 듣고서, 반농담조로 너 병원에 가서 상담 좀 받아봐~ 라고 했었는데, 헤세의 삶을 보니 현재의 한국에 있었다면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손색이 없다. 평생 세 번의 결혼을 했던 헤르만 헤세의 첫 부인은 9세 연상의 피아니스트인 마리아 베르누이였고 그녀와의 사이에서 세 명의 아들을 두었다. 스위스 국경 지역에서 시작한 새 삶과 헌신적으로 남편을 돌보고, 아이들을 돌보는 그녀와의 삶에서 행복을 느꼈을 거 같은데, 그는 다른 사랑에 눈이 멀어 정신과 의사와 짜고 그녀를 정신병원에 넣고 이혼 허락을 받아낸다. 그 이후로도 성악가였던 루트 벵거, 미술 사학자였던 니논 돌빈이 그를 결혼이라는 제도로 자신의 곁에 두려고 하지만, 실패로 끝나고 만다.
항상 몇몇의 케이스를 보고 일반화 시키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예술의 혼을 가진 이들은 평범한 일상을 사는 일반인들과는 확실히 다른 강도의 열정을 갖고 있나 보다. 그가 자신의 삶속에서 얻으려 했던 것은 어쩌면 개인으로서 누리고 싶은 자유와 허용되지 않는 방랑속에서 느끼는 해방감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을 사랑한 여인들의 희생을 통해 그것을 느끼려 했던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