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 할머니가 손자에게
김초혜 지음 / 시공미디어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첫 아이를 어렵게 가진 후 나는 임신 내내 일기를, 그리고 아이가 태어난 후에도 한동안 부지런히 육아 일기를  썼었다.  어린 시절부터 책읽기는 좋아했지만, 글쓰는 것을 그리 즐기지 않았던 나였지만 내 아이를 위해 쓰는 육아 일기는 그 기분이 남달라서인지 어려움 없이 기록으로 남겼었다. 물론, 둘째 아이가 태어나고 복직 후 생활속에서 분주해지다 보니 둘째 아이 때는 첫아이때만큼 관심을 기울이거나 일기를 남기지 않아서 미안하고 아쉬운 마음을 많이 가지고 있다. 


여기 1년 365일동안 매일 거르지 않고 손자에게 글을 쓴 할머니가 있다. 한국의 작가 조정래씨의 안사람이기도 한 김초혜씨는 슬하에 아들 한명만을 두고 있고, 그 아이가 손자를 안겨줬다. 내리 사랑이라고 옛부터 어르신들은 말씀 하시던데, 그 손자가 얼마나 귀한 느낌일지는 쉬이 상상이 간다. 나와 내 동생에게는 매우 엄하셨던 나의 친정어머니께서도 내 아이들에게만큼은 세상 그 누구보다도 인자한 할머니이신 것을 볼 때마다 놀라게 되니 자식보다 손주를 볼 때의 그 귀하고 행복함은 세상 모든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같은 마음이겠지.


2008년 새해 첫날부터 그 해 마지막 날까지 김초혜씨는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손자 재면이에게 할머니로서, 세상을 먼저 살아본 선인으로서 남기고 싶은 당부의 말들, 가르치고 싶은 것들을 세세히 글로 남겼다. 재면군이 초등학생때 직접 만들어 선물한 공작품을 책 표지에 그대로 사용한 것만 봐도 그를 아끼는 할머니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지만, 책 안의 글들은 한글자, 한문장 보물처럼 다가온다. 


특히 내가 마음에 들었던 것들중 기억에 남는 것은 4월 말쯤의 글인데, 그 날에 재면군에게 남긴 글은 내가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내 아이들에게 해주고 있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김초혜씨는 손자에게 어릴 때부터 읽으면서 감명 깊었던 책을 모아두라고 말한다. 자신만의 도서실을 만들고, 그 공간에 모인 책들은 후대에 물림하라는 당부. 작가의 아내이자,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의 당부여서인지 헛되이 들리지 않는다.


이메일조차 귀찮아서 외래어처럼 들리는 줄임말로 몇개의 문자나 sns 서비스를 통해 안부를 주고 받는게 너무나 당연시 되어버린 요즘, 재면군이 부럽지 않을 수가 없다. 헛되이 들리지 않는 좋은 말씀이 적힌 편지글을 400개 가까이 엮어 책으로 만들어 선물받는 손자가 세상에 몇이나 되려나!

나도 오늘은 내 아이들에게 남겨주고 싶은 부탁의 말, 당부의 말 몇개 정도 적어 아이들의 앨범에 꽂아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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