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심리학 노트
곽소현.박수선 지음 / 좋은책만들기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어린 아이였을 때는 여름 방학을 기다리는 하루 하루가 참 길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 뭔가를 열심히 하다가 하늘을 올려다봐도 해가 중천에 떠 있던 기억. 대체, 중년이 된 지금의 하루 하루는 왜 이렇게 빨리 지나가 버리는 것일까?

20대에는 학업에, 연애에, 결혼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내버렸고, 30대에는 임신, 출산과 육아라는 인생의 커다란 마일스톤을 밟아내느라 바빴다. 그리고, 이제 40대. 남들이 소위 말하는 중년이라는 나이가 되었는데, 마음과 몸이 함께 하지 못하는 느낌이 든다. 마치 사춘기 시절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굳이 사춘기 시절과 다른 점을 찾는다면 매일 늙어지는 몸뚱아리가 여기 저기 고장나며 질러대는 아우성에 귀기울이며 다독거려야 하고, 그 시절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양의 책임감에 억눌려 산다는 것이겠다. 


사실, 십대나 이십대때 내가 생각했던 중년이라는 시기의 삶은 마음에 꼭 들면서도 보람이 느껴지고 생활에 여유를 주는 연봉이 주어지는 나만의 일에 열중하면서 행복한 가정생활을 누리며, 곧 다가올 은퇴 시기를 기다리며 준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가끔만 보람이 느껴지는 박봉의 직장일에 스트레스는 높게 쌓여 하늘을 찌를듯하고, 점점 커가는 아이들의 뒷바라지에 내 노년을 준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내가 하는 일은 한때의 꿈과는 전혀 상관도 없는 일! 그렇다고 이 나이에 내 꿈을 꾸며 좇아가자니 뒷바라지 해야 할 아이들이 눈에 밟혀 쉽사리 행동에 옮길 수조차 없다.  그야말로 에잇! 소리가 절로 나온다.


책이 전해주는 새로운 앎의 기회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읽는 내내 위안이 되었다. 뭐, 책을 꼭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자고만 읽는 것은 아니니 상관없지! 두 가족학자가 전하는 팁이라는 것들이 사실 좀 뻔하다. 부부간의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 자신을 찾는 시간? 당연히 필요하지! 자식에게 바라지도 말고, 빨리 놓아주고 자유를 주라고 했지? 그거 이미 다른 스님이 열심히 설문중이시거든!


하지만, 이런 뻔한 이야기들보다 더 내게 도움이 되었던 것. 그건 바로 그들이 나를 이해해 준다는 느낌이 아니었나 싶다. 아! 나만 이런 문제들을 겪고 있는게 아니었지! 남들도 마흔앓이 하고, 남들도 똑같이 새끼 걱정에 노후 걱정에, 하루 하루 아파오는 몸뚱아리 돌보며 살지...그게 중년이지...라고 느끼게 해주었던 것. 


'삶의 여백을 채우는 깊은 지혜를 갖는 시기, 잠시 쉬어가면서 세번째 청춘을 준비하는 시기,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에너지가 집중되는 시기... 즉, 노년기로만 향하는 꺼져가는 시기가 아니라 삶의 쉼표를 즐기며 세번째 청춘으로 나아가는 시기가 중년이다. 꼭 명심하자, 이러한 변화의 시작은 오직 나로부터 시작되며, 오늘부터 시작해야 함을' (256p.)


늙는거 두려워 말고, 이제 마음의 여유를 갖고 내 자신도 슬쩍 돌아보고, 준비 땅 하고 다시 후반전 뛸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 그래서, 난 지금 십년전에 사두어 몸에 좀 끼지만 '아줌마' 라는 두꺼운 가면을 쓰고 동네 한 바퀴 뛰러 간다. 당장 오늘부터 시작해야 하는 그 변화를 위해서! 

나의 중년?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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