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글쓰기 교실 - 엄마와 아이를 바꾸는
이인환 지음 / 미다스북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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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로 일하는 나는 학교에 있는 동안은 내 학생들이 스페셜 수업, 즉 미술, 음악, 체육 수업을 받을 35분의 시간 외에는 자유로운 시간이 없다. 하루 종일 학생들에게 묶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큰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얼마전, 나는 초등학교 3학년생인 아들이 다니는 학교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다행히도 이렇게 학생들과 잠시 떨어져 있을 때 받을 수 있었다. 놀랍게도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아닌 아들녀석이었다. 

엄마~ 소리만 하고는 훌쩍 훌쩍 흐느끼는 아이. 혹시 다친거라면 학교 간호사가 전화를 했을테고,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라면 담임 선생님께서 전화를 주셨을텐데 무슨 일일까?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우는 아이를 달래서 자초지정을 물으니, 아이가 오늘 남아서 숙제를 하고 가야하니 늦게 

픽업오라는 이야기만 한다. 항상 우수한 학업 성적을 보이고, 3세에 프리 케이를 다니기 시작한 후로 단 한 번도 말썽을 일으킨 적이 없는 아이가 하는 얘기에 머리 속이 하얘지는 것을 참고, 음악수업중에 글쓰기를 해야했는데 하지못해서 나머지 숙제를 하고 가야한다는 아이의 설명에 음악 선생님과 통화후 정상적인 시각에 하교한 아이를 데리고 한참을 얘기를 했다.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과 어려움을 호소하는 아이때문에 한참 멍했더랬다.


아이는 책읽기를 즐긴다. 항시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엄마 뱃속에서 40주를 보내고, 그 후로도 변함없이 책읽기를 하는 엄마를 보면서 자란 아이는 독립읽기가 가능해진 이후로 잠자리에서 엄마나 아빠가 읽어주는 그림책 한권 외에는 항상 자투리 시간을 모아 책을 읽는 아이다. 그런 아이는 안타깝게도 글쓰기가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고 한다. 책을 그만큼 많이 읽었다면... 글쓰기는 자연스럽고 쉬운 활동일거 같은데, 이건 책을 주구장창 손에 들고 사는 엄마인 나도 마찬가지이다.


왜일까? 글쓰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그래서, 책제목에 이끌려 책을 읽게 되었는데...왠걸? 이 책은 단순히 독서 논술 지도사인 저자가 비법 전수를 위해서 쓴 책이 아니다. 글쓰기를 통해서 부모와 아이가 돈독한 관계를 갖고 소통을 하도록 유도하는 나름 육아서의 모습을 갖고 있다. 아마 내 아이는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엄마의 모습을 은연중에 느꼈을 지도 모르겠다. 완벽주의자 성향이 짙은 모자는 자신들이 써내는 글이 완벽하지 못할까봐 긍긍전전하는 모습까지 닮아있다. 

이 책을 읽고서 아이에게 제안을 하나 했다. 
일단은 엄마와 같이 책읽기. 같은 책을 서로 동시에 읽고서 책을 읽는 동안 (이제 아이는 커서 300, 400 페이지가 되는 책도 쉽게 읽어내고 엄마와 얘기를 나눌 나이가 되었다. 세월은 무섭구나~) 독서 일지에 서로가 느끼는 점을 간단하게 한두줄이라도 적어보고 서로가 느끼는 점에 대해서 피드백을 적어주는 것이다. 이렇게 사고의 시간과 동기를 갖고 연습과 소통을 통해 뭔가 나아질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말이다.

한글이 아닌 영어가 모국어인 아들과, 한국어를 사용할 일이라고는 친정부모님께 한달에 두어번 짧은 시간에 안부 인사를 할 때나 쓰는 엄마이니 한글의 어려운 띄어 쓰기나 맞춤법에 신경을 쓸 일은 없다. 지금 우리 모자가 필요한 것은 두려움과 완벽해지고자 하는 욕심을 내려놓고 무조건 시도해 보는 것. 이렇게 내 생각을 가장 가까운 사람과 글로 나누다 보면 언젠가는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과 욕심없이, 글쓰기와 글쓰기를 위한 사유의 시간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행복한 상상과 함께 이제부터 우리 모자는 기적의 글쓰기를 시도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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