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와 길을 걷다 -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동화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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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전이었던가...

항창 활발하게 활동하던 그림책 관련 카페에서 유행처럼 번졌던 여행작가 오소희씨의 책 읽기.

외국에 살다보니 한국의 작가들도, 그들의 신작도 터무니없이 늦게 접하게 되던 나는 그간 출간된 그녀의 모든 책들을 한번에 구입해서 (해외배송비를 생각하면 당시 가정주부였던 내가 지출하기 쉽지 않았던 금액이었다) 읽었더랬다.


구입한 책들을 모두 읽어치우고서 내가 오소희씨에게 느끼는 것은 복잡 미묘한 마음이었다. 그녀가 부럽기도 했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를 포용할 관대함이나 마음 자세가 없던 나는 섣불리 내 잣대를 들이대면서 그녀의 이기심을 욕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그녀가 세상에 나갈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엄마라는 것에 박수와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이번에 읽은 그녀의 책은 그간 세계 이곳 저곳을 쑤시고 다니며 (왜 그녀의 여행기를 읽을 때마다 이 표현이 생각나는 것일까?) 적어낸 일기의 느낌을 주는 여행서가 아니다. 여행과 상관없는 그녀의 에세이는 놀랍게도 (어쩌면 전혀 놀랍지 않을 수도 있는) 그림책과 동화책과 우리의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아낌없이 주는 나무

얼굴 빨개지는 아이

어린 왕자

안녕 나의 별

강아지 똥

마당을 나온 암탉

100만번 산 고양이

나무를 심은 사람

눈사람 아저씨

좀머씨 이야기

작은 집 이야기

행복한 청소부

꾸뻬씨의 행복 여행

창가의 토토

마지막 거인

이기적인 거인

나는 달랄이야, 너는?


이렇게 18편의 이야기를 통해 그녀가 나누고자 하는 얘기는 뭐일지 궁금했었다. 오소희씨가 무슨 얘기를 풀어낼지 궁금했다. 궁금증이 풀린 지금은 그녀에 대한 선입견 아닌 선입견을 내려놓고 이 책을 읽을 마음을 가졌던 내 자신에게 고맙다.

무언가를 다시 한다는 것. 

특히, 어린 시절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다는 것은 큰 모험이다. 그 당시에 느낀 감정과 그간 간직해온 추억을 도박판에서 마지막 배팅을 하기 전에 다 꺼내놓는 것만큼의 모험이다. 결과가 좋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때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는 어린왕자같은 책도 있지만, 내 경험상 어린 시절의 추억은 그대로 묻어두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때문이었는데, 이번에 오소희씨가 나누는 여행 이야기, 사람 이야기, 그녀의 사유와 적절히 버무려지는 추억속의 동화들은 새해라는 이유로...겨울이라는 핑계때문에... 설레고, 힘들고, 무기력하고, 메말라 있던 내 감성에 충분한 자극이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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