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이중섭 - 전2권
최문희 지음 / 다산책방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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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말이었던가, 아니면 올해 초였던가? 나이가 들수록 시간에 대한 개념과 기억이 흐릿해진다. 아무튼 최문희 작가가 쓴 허난설헌의 인생에 관한 소설, 난설헌을 읽으면서 시대를 잘못 타고난 여작가의 인생이 안되고 가슴 아파서 눈물을 뚝뚝 흘려가면서 읽었더랬다.

이번에는 이중섭이다! 이중섭이 누구인가? 시대를 잘못 타고나 힘든 삶을 살다 단명한 한국의 대표 서양화가중 한명이 아닌가. 일제치하에서 현북한에서 태어나 일본 유학을 하고, 일본여성을 만나 가정을 꾸리지만 결국 가족을 지키지는 못하고 정신이상과 영양실조로 마흔의 나이에 객사한다. 하지만, 내가 아는 그에 대한 것은 딱 여기까지이고, 그의 유명한 작품 몇을 알고 있는 것이 다이다. 그래서, 혼불상 수상의 최문희 작가가 이중섭에 대한 소설을 썼다고 했을때 주저없이 책을 펼쳐들 수 있었다.

나는 비록 소설일지라도 이 작품을 통해서 이중섭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었다. 예전에 그림을 그리면서 느꼈었지만, 말을 통해 표정을 통해 거짓을 표현하는 것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그림을 통해서는 자신의 실체를 감추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내가 그의 작품들을 통해서 느낀 것은 조용하나 우직하고, 쉽사리 드러내지 않지만 불같은 열정을 가슴 한켠에 숨기고 살았던 사람이 이중섭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소설을 통해 표현되는 그는 약한 심성에 순하고...요즘 표현대로 허당끼까지 보인다. 귓등도 얇은가보다. 당장 내 실속을 차리기보다는 곁에 있는 누군가의 도움에 주머니속을 털어내는 사람이다.

불쌍한 삶을 살다간 화가라고 얘기한다. 그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결혼 20여년이 다되어가는 나로서는 책을 읽으면서 이중섭만큼 불쌍한 삶을 산 그의 일본인 아내의 처지에 더 눈이 갔다.  물론, 책에서는 이중섭을 적극적으로 유혹한 요망한 일본인 여자로 표현이 되고, 가정 하나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자 두 아이를 데리고 떠나 남편이 죽을때까지 거들떠도 보지 않다가 미술관 건립 오프닝, 문화훈장 수여식에나 얼굴을 들이미는 파렴치하고 계산속 보이는 여자로 표현이 된다. 하지만, 부부만의 일은 부부나 아는 일. 과연 기분대로 살고, 가족을 돌보지 못하는 남편. 그런 남편을 믿고 남의 나라에서...그것도 일본인을 적대시하는 나라에서 계속 사는 것이 가능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되었던 그녀의 삶도 어찌보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에 이중섭 미술관이 있는데, 나는 아직 그의 미술관을 직접 방문해볼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의 작품들을 직접 만나면....이 이야기속 그의 모습이 떠오르겠지?
나약하고 이기적이었지만, 화가로서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고 간 그의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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