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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의 영혼이 번지는 곳 터키 ㅣ In the Blue 14
백승선 지음 / 쉼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한국 역사속 큰 아픔 중에 하나가 일본의 식민지로 살았던 몇십년간의 암울한
시기라면, 남편의 나라인 그리스 또한 그런 아픔을 겪었다. 바로 500여년간 터키의 통치하에 있던 시기가 그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나이 지긋한 노인 분들중 꽤 많은 수의 사람이 여전히 일본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는 것처럼, 그리스의 노인들과 일부
젊은이들 또한 그렇다.
그래서인지, 남편과 나는 결혼 후 그리스로 여러번의
휴가를 다녀왔지만, 그리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 터키에 가겠다는 나의 생각은 그의 부정적인 대답에 포기해야했었다. 그러던
남편이 얼마 전에, 다음번 그리스 여행때는 터키를 들러서 오자고 한다. 무슨 변덕이야? 라고 묻는 내게 그는 기독교인의 성지인 성
소피아 성당 (아이야 소피아)을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어서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알게된 터키인 친구도 만나보고
싶다고...
책을 받아들고 히죽거리는 웃음이 났다.
몇해동안 들어 알고는 있던 번짐 시리즈가 웬지 여행서라기보다는 사진첩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 들어서 굳이 읽어보겠다는 마음을 먹지
않았었는데, 얼마전에 읽은 독일편을 시작으로 나는 이 시리즈의 팬이 되었고, 그 두 번째 책으로 내년 여행지중 한 곳인 터키를
만나게 되니 이 어찌 기쁘지 않을소냐! 사실,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원한다면 요즘은 쉽게 인터넷을 찾아볼 수도 있고, 전문
여행서도 서점에 가면 넘쳐난다. 그렇지만,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여행서가 늘어놓는 자세한 정보나 여행에세이가 갖는
글쓴이의 주관적인 느낌을 배제하고, 여행지 자체만을 솔직 담백하게 펼쳐내놓는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
름다운 사진이 전해주는 풍경들. 그리고, 그 풍경안의 사람들. 길게 늘어놓지 않은 글 속에서도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은 이가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은게 무엇인지 느끼게 하는 그런 포맷이라서 좋다. 책속의 성 소피아 성당이 현재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고, 이스탄불 외에 터키의 다른 곳을 보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내게 '하늘빛을 담은 신들의 온천, 파묵칼레' 와
'터키 속 그리스 마을, 쉬린제' 를 포함해 작가가 선물해 준 여행 아이디어는 그저 간단히 '땡큐' 라고 인사하고 끝내기엔
미안할 정도이다.
터
키가 상징하는 것이 무엇일까? 동양과 서양의 중간에 위치해 과거의 영광과 현재가 가진 역동성을 보여주고, 예전 기독교 성지로서의
모습과 현재 이슬람 문화권을 동시에 품고 있는 나라. 마치 공중에 던져 손바닥에 받아내면 동전이 가진 양면중 하나를 보게 되는
것처럼, 그러나 양면 어느 것도 동전이 가진 모습인 것처럼 두개의 영혼을 가진 나라, 터키.
터키야~ 내가 간다! 일년만 기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