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 -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의
서천석 지음 / 창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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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때 독신으로 살겠다는 마음을 가진 상태에서도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요즘에야 사회적으로 이러저러 다른 형태의 가족이 많이 있지만, 이십여년 전만해도 싱글맘으로 한국 사회에서 삶을 산다는 것은

그리 쉽게 용납되거나 받아들여지는 일이 아니었다.

유학중에 삶의 함께 나누겠다는 마음을 갖게 한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나는 금새 부모가 될 줄 알았다. 남들처럼 결혼하면 바로 아기가 태어나는 것인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우리 부부는 8년의 노력끝에 첫 아이를 얻었고, 3년뒤에 둘째 아이를 낳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다른 부모들보다 많이 준비된 부모라고 생각했다.

아이를 기다리는 8년이라는 시간 내내 나는 내 몸을 임신 가능한 최상의 건강상태로 유지했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했으며, 임신기간과 출산, 그 후의 육아에 관한 책들을 몇십권을 읽었으니까. 게다가 나의 전공은 유아교육과 아동발달, 심리학이 아니었던가!


나는 큰 아이를 키우면서 내 그런 생각이 얼마나 오만한 것이고 잘못된 것인지 깨달았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화초를 키우는 것과는 다른...사실은 '키운다'는 단어조차 잘못된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든 일이었다. 내가 이렇게 갈팡질팡 헤매는데, 대체 누가 누굴 키운단 말인가!

나는 그때 많은 선배맘들과 심리학서, 철학서등을 읽으면서 마음을 가다듬었고, 그것이 도움이 되었었다. 둘째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둘째 아이가 태어나면서 한 아이를 양육할 때와는 또 다른 문제들을 경험했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상태였던 나는 극도의 스트레스로 아이들에게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주 언성을 높이거나, 날카로운 말들로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일이 점점 잦아지고 있었다. 그 무렵에 지인의 소개로 읽게 된 책인 '하루 10분 내 아이를 생각하다' 는 내가 새로이 내 양육 방식에 대해 돌아보고, 진심으로 내 아이를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 해줬다.


나뭇가지 끝에 매달려 있는 내게 하늘에서 내려준 튼튼한 동아줄같았던 그 책의 저자가 새로운 책을 출간했다. 트위터와 교육방송 프로그램을 통해서 널리 알려졌다는 그가 나에게는 여전히 고마운 책 한권의 저자일 뿐이지만, 이제는 아주 고마운 두권의 책의 저자가 되었다. 

부모는 아이와 함께 자란다, 육아는 디테일 속에 있다, 갈등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 흔들리는 부모의 마음, 아이의 삶을 위한 교육, 이렇게 다섯 장으로 나뉜 책속에서 서천석 박사는 여전히 예의 그 간결한 어체로 부모가 어떻게 자신을 돌아보고, 그것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잘' 자랄 수 있는지 얘기한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도움의 글과 방법들, 그래도 억지스럽거나 강압적인 느낌이 전혀 없는 저자의 글 속에서 육아에 지치고 힘들어하는 많은 부모들이 한숨 크게 고르고 다시 행복하게 아이들과 함께 자랄 기회를 얻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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