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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악의 거장들 - 그 천년의 소리를 듣다 : 한국 음악 명인열전
송지원 지음 / 태학사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차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한 곳에 살다보니, 하다못해 집근처 마켓을 가더라도 차를 운전해야 한다. 그리고, 운전중에 내가 듣는 음악은
늘 정해져 있다. 라디오일 경우, 내가 사는 지역의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는 FM101.1 이고, 라디오를 듣고 있는게 아니라면
나는 아이팟이나 휴대폰에 저장된 클래식 음악, 특히 오페라의 아리아를 즐겨듣는다. 그런 습관을 가진지는 이십여년정도 되었으니,
반평생을 그렇게 산 셈이다.
얼마전에 내가 교사로 일하는 학교에서는 multicultural month 행사가
있었고, 매주 다른 나라의 언어, 관습, 음식, 문화등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나또한 접하는 기회를 가졌었다. 그때 동료교사가
한국의 음악에 대해서 물었는데, 나는 딱히 전해줄 말이 없었다.
조금 고리타분하고 지루한 느낌이라는 정도. 한이 맺힌
늘어지는 가락이 많다는 정도(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거린다)의 말을 전해줬고, 내 주위에서 한국음악을 접하는 사람들은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나 몇 아이돌 그룹의 알려진 가요정도를 대충 버터발음으로 따라부르는 정도이다. 만일 내가 이 책을 연초에만 읽었더라도
그렇게 낯뜨거운 경험을 하지는 않았을텐데 말이다.
몇해전에 출간된 책의 개정판인 이 책은 저자가 과연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 책을 펼쳐냈는지 목차만 봐도 가히 짐작이 간다.
거
문고와 가야금의 거장, 시대를 울린 음악의 명인, 노래에 취한 가객, 장악원의 음악관리, 이론가와 작곡가, 후원자와 감식가라는
소제목으로 6장으로 나뉘어진 이 책에서는 50여명이 넘는 우리나라 음악의 거장들을 일설등을 통해 소개한다. 아무짝에 쓸모가 없게
생긴 고가의 문짝을 거문고로 만들어냈다는 김일손, 자신이 할 일은 하지도 않고 하루종일 노래를 부르는 계집종을 명창으로
만들어냈다는 송인, 대금 연주 솜씨가 신기에 가까웠다는 억량, 귀신을 울릴 솜씨를 가졌던 아쟁 연주가 김운란, 최악의 외모를
가졌으나 목소리만은 꾀꼬리같았다는 남학의 이야기까지...그 어느 하나 흥미롭지 않은 이야기가 없다.
그
많은 음악의 거장들의 자취를 쫓기는 쉽지 않았을텐데, 저자가 고문에서 한줄씩 발췌해 얽고 만들어낸 이야기들은 그의 노고가 얼마나
큰 것이었을지 짐작케하고, 그런 그의 노력을 그저 쉽게 읽어낼가는 독자로서 가장 크게 할 수 있는 일은 내 나라 음악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높이고, 기회가 있을 때 최대한 많이 알리려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