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인시공 - 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
정수복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평점 :
새로운 책을 시작할 때 느끼는 설렘은 참으로 기분 좋은 설렘이다.
책인시공. 책 읽는 사람들의 시간과 공간. 얼마나 멋진 말인가!
나는 책을 읽는 독서가이다. 그리고, 책을 모으고 싶어하는 (모으고 있는) 장서가이기도 하다. 비록, 모아놓은 책의 양이 변변치 못하기는 하지만...
나
는 활자중독이라는 얘기를 들을만큼 읽기라는 행위를 즐긴다. 그 행위는 내가 의식적으로 자의에 의해 시작한 행위중 가장 오래된
행위이고, 무엇보다도 내게는 큰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와 장소에 따라 잡지도 읽고, 신문도 읽고, 읽을거리가 없으면
하다못해 광고 전단지도 읽는다. 그렇지만, 독서. 즉 책을 읽는것만큼 즐거운 일이 있을까 싶은데, 누구나에게 꼭 그렇지만은
않은가보다.
저자의 글에 따르면 하눅인의 주당 평균 티비 시청 시간은 15시간이고, 인터넷 사용 시간은 9시간이 훌쩍 넘는데, 책을 읽는 시간은 3시간여정도에 불과한 것을 보면.
저자 정수복은 자신을 걷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육체적으로만 걷는 것이 아니라 책 속을 거니는 사람. 한국과 프랑스 파리를 오가며 공부하고, 사색하고, 책을 읽고 써내는 삶. 부럽다 싶다.
그런 저자는 이 책 한 권에 그가 책에 관해 하고 싶은 말은 다 써놓은 듯하다.
책이란 무엇인가, 책 읽기에 좋은 시간들, 인생과 독서의 사철, 서재, 집밖 여러 장소에서 책을 읽는 이야기 등등.
그가 얘기한 독서가들중 매일 움직이는 해(햇빛)를 쫓아 글을 읽었다는 이덕무도 대단하다 싶지만, 다른 빛을 받으며 책을 읽겠다고 자신의 서재에 동,서,남쪽을 향해 책상 세개를 두고 책을 읽었다는 고은도 부럽고 대단하게 느껴진다.
저자는 책의 중후반부에 서점과 도서관에서의 글 읽기에 대해 길게 얘기한다.
저자 덕분에 나는 다녀온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유럽의 카페며 서점들이며 도서관의 모습을 떠올리는 추억의 시간을 갖는다. 어린 시절 책장에 눌러 말린 꽃잎처럼, 중간 중간 잊을만하면 툭툭 튀어나오는 사진속 광경들.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추억을 떠올리는
시간을 마련해주고, 누군가에게는 여행의 빌미/이유를 제공해줄듯하고, 누군가에게는 마음 편한 공상의 핑계를 줄듯하다.
나는 이 책을 직장에서, 화장실에서, 거실에서, 침대에서, 차속에서, 카페에서 나누어 읽었다.
토막 시간이 허락될 때마다 읽은 셈인데, 저자가 말하려던 책읽기에 대한 얘기와 맞물린 행동이 아니었나 싶다.
저자가 책 속에서 인용한 루치우스 세네카의 명언으로 이 글을 마무리해볼까싶다.
"인간은 항상 시간이 없다고 불평하면서 마치 시간이 무한정 있는 듯 행동한다."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핑계대는 이들이여, 토막시간이라도 이용해서 책을 읽어보자.
세네카의 말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무한정하지 않으니 없는 시간은 만들어서라도 사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