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인간
KBS 공부하는 인간 제작팀 지음 / 예담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마흔의 나이에 여전히 공부라는 것을 하고 있는 나를 두고 가끔 친구들은 놀리듯이 너는 누군가가 직업이 뭐냐고 물으면 'professional student 이라고 얘기해' 한다.

나 는 한국에서 초등학교(당시에는 국민학교라고 불리었는데, 언제 초등학교라는 단어가 생겼는지 외국 생활 20여년이 되어가는 나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녔다.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니는 9년의 세월동안 나는 부모들이 꿈꾸는(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부모와 부모의 지인들이 말씀하셨던 표현이지 나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다) 우등생이었고, 말썽 한 번 일으킨 적이 없는 모범생이었었다. 그리고, 고등학생이 되어서 자아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나의 성적은 바닥을 향해 무서운 기세로 내려갔고, 부모님이 바라시는 나의 미래와 내가 꿈꾸던 내 미래 사이에서 부딪히고 깨지며 힘든 시기를 보내야했다. 물론, 수시로 바뀌는 입시형태와 압박감은 그 어떤 입시생도 우울하게 할 만큼 고된 것이었고...

그 러던, 내가 졸업 후 내 갈 길을 정하고 유학생활을 거치고 외국에서 결혼하여 직장인으로 살아가며 원했던 것은 다름아닌 공부였다. 하지만, 무엇이 되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내가 해보고 싶은 공부에 대한 열망이 커서였는데, 그렇게 시작한 공부는 한해 두해를 지나 벌써 17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 책은 지난 3주간 티비에서 방영되고 있는 다큐멘터리의 제작진들이 만들어 낸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궁금함을 참을 수가 없어서 인터넷 서점에 국내서적중에 '공부'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이 과연 몇권이나 되는지 검색해 보았다. 8,258권의 책이 공부라는 단어를 책제목에 두고 있고, 그 범위는 사자성어를 비롯해, 아이들의 명화책을 시작으로 누군가의 성공일기까지 분야도 다양하다. 공부가 예의라느니, 바보처럼 공부하라느니, 제목들도 다양하다.

이 책은 예전에 유대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던 이가 당시 하버드의 유대인 학생 그룹에서 유난히 눈에 띄던 한 소녀의 가족정 배경을 알게되면서 시작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릴리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는 생후 9개월때 한국에서 미국의 유대인 가족에게 입양이 되었고, 철저하게 유대인으로서 교육받고 자랐다. 릴리 외에도 한국인 이민2세인 스캇과 미국의 학생 브라이언과 제니가 다큐멘터리의 진행자 역할을 하며 세계 고곳을 누빈다.

크게는 동서양의 차이를, 작게는 중국, 일본, 한국, 유대인, 프랑스, 인도등을 여행하며 공부에 대한 모든 것을 보여주는데, 매우 흥미롭다. 중국, 일본, 한국의 입시 경쟁을 보면서 나는 혀를 내둘렀고, 유대인들의 도서관 풍경을 보면서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과연 우리는 왜 공부를 하는걸까?

그 답을 나는 한국에서 학생으로 보낸 16년과 유럽과 미국에서 학생으로 보낸 17년을 돌아보면서 얻었고, 내가 겪었던 개인적인 경험들은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더 뚜렷해졌다. 공부의 목표가 과정인지 결과인지의 차이가 아닌가 싶고, 앞으로 내가 계속 해나가야 할 공부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꽤 깊게 해 보는 기회가 되었던 책.

오랜동안 내 곁에 머물며, 내가 공부중 힘이 들어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오면 휴식처가 되어주고, 초심을 되찾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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