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언제나 내 편이었어 - 하루키와 마르케스, 카잔차키스에서 산도르 마라이까지 나를 안아준 청춘의 친구들
김애리 지음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외국살이가 이십여년이 다되어 가다보니, 사실 누군가의(물론 나 자신을 포함시켜) 나이를 따지거나 그 나이에 맞는 관계를 맺는 일이라는 것을 경험하지 못한지 한참 되었다. 그런데, 올해 내 나이의 앞머리 숫자가 바뀐 후로(사실은 작년부터) 이 나이라는 것에 대해 나도 모르게 꽤 많은 생각을 한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책을 펼쳐들고서 참 놀랐었다. 

그 녀의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김애리라는 저자에게서 엄청난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인데, 그것은 같은 피가 흐르는 내 형제에게서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라 어색하고 당황스러웠다. 그것은 아마 그녀와 내가 나이를 먹어가는 여성이고, 항상 책 속에서 삶의 길을 찾고 위안을 얻었던 같은 과(!)의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더 이상 젊지도 않은 것 같았다. 무엇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아직 늙지도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차라리 늙었더라면. 누가 보아도 '늙은 여자'였더라면 포기해야 마땅한 생의 일부분쯤은 체념하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라는 문장으로 내가 이 책을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그리고 서둘러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요 즘에 이런 류의 책은 서점가에 넘쳐난다.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들, 읽어본 책들, 앞으로 읽으려고 쌓아둔 책들중에도 작가의 독서에 관한, 다른 책들에 관한 책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녀가 서른 즈음에 청춘이 가버렸다고 자각하고 그래도 그 나이가 되기 전까지 천권의 책을 읽으며, 일상 속에서의 자신에게 실망하고 힘들어 하는 순간에도 책을 읽었고, 그것은 지금 그녀에게 큰 힘으로 남아있다. 하루가 구질구질하고 세속적인 일들이 내 어깨를 내려누르는 듯할 때에 힘이 되어 주는 책, 희망을 주는 책, 위안을 주는 책들 속에서 그녀는 앞으로 살아갈 힘을 얻었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늘 책을 가까이 하는 가장 큰 이유중에 하나이다. 그저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녀가 책속에서 얻는 것이 나의 그것보다는 조금 더 한거 같다는 정도?


4 부로 나뉘어진 저자의 책 속에는 무라카미 하루키, 펄 벅, 알랭 드 보통을 포함해 40여명의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들이 소개되어 있고, 그 작품과 작가에 대한 얘기를 김애리는 꽤 진지하게 늘어놓는다. 이런 책들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는 새 하게 되는 것은 리스트를 만들어 내가 미처 읽어보지 못했거나 읽은지 너무 오래되어 다시 읽고 싶은 책을 적어 놓게 되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그런 책들이 꼬박 스무권이 넘는다. 그녀는 서른살이 되도록 알차게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지금껏 이루어 놓은 것이 단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해도, 그녀에게 남은 것이 한가지 있으니 바로 그동안 읽은 천권이 넘는 책들이 그녀에게 남긴 메세지와 독서력, 그리고 그 책들을 바탕으로 쓴 이 책. 부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문체가 더 간결하고 담백했으면 좋았게다 싶은데, 그거야 뭐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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