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스케치 노트
세실 필리에트 지음, 이주영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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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람들에게 첫경험이라는 것은 그 여운이 꽤 오래 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첫남자 친구, 첫 해외여행지, 처음으로 뭔가를  경험하게 되는 경험들...

나는 젊은 시절 배낭여행중에 유럽땅을 가로지르던 기차 안에서 여행 스케치 노트라는 것을 처음 만났었다. 기차의 같은 칸에 앉아 계시던 노부부중 부인은 남편뿐 아니라 낯선이인 나에게까지 자신이 챙겨온 샌드위치를 나눠준 후 점심 식사가 끝나자마자 주섬주섬 가방 안에서 딱풀, 손바닥만한 팔레트에 든 수채물감, 작은 붓 하나, 연필과 지우개, 카페라 필름통을 꺼내 마시던 물을 조금 부어 즉석에서 만들어낸 물통까지 꺼내어 자신만의 움직이는 스튜디오를 만들며 출발지였던 로마에서 일어났던 일들까지 얘기해주며 자신의 여행 스케치 노트를 채워가는 모습을 선보여줬었다.
자기는 동양인 친구가 하나도 없다며 내 허락후에는 자그많게 그녀의 노트에 내 얼굴도 그려넣었었다. 그 후로 나는 언젠가 나도 여행 스케치라는 것을 한 번 만들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곧 그 경험을 잊고 말았었다.


여행을 가면 다수의 사람들은 카메라를 꺼내들고 무수한 사진을 남긴다. 그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서.

그 렇게 많은 사진을 찍고서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친구들과 나눈 후, 곧 사진들은 일상의 다른 일들에 밀려 앨범속으로, 디지털 카메라가 난무하는 요즘은 그나마 사진들은 컴퓨터속에서 잠들고 만다. 나는 이 책을 읽고서 곧 세계 여러 사람들이 모여 만든 여행 스케치 노트 인터넷 그룹에 가입을 했다. 그리고, 아주 오랜 동안 집 구석에 쳐박혀 먼지만 쌓고 있던 나의 그림 재료들을 끌어모아 식탁옆 한 구석에 작은 상을 놓고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책 은 꽤 세세하고 친절하게  첫장부터 재료 선택을 시작으로 스케치법, 구도 잡는 법, 재료 사용법등을 알려주고, 그 후로는 여러 작품(!)들을 보여준다. 그림뿐만 아니라, 글을 쓰면서 영감이 떠오르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하는지까지 제의한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그림과 글을 보고 싶었던 내게 이 책에 포함된 몇개의 그림과 글들은 그리 만족감을 주지는 못했지만, 보는 내내 흡족감은 주었다.


여행이라고 꼭 근사한 해외여행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곳이 누군가에게는 꼭 평생에  한 번쯤 가보고 싶은 여행지일 수도 있으니까. 아무래도, 소박한 내 스케치 재료들을 챙겨들고 동네 카페에라도 나가봐야 겠다. 가서 다른 사람들의 모습도 스케치해보고, 그 순간에 내게 떠오르는 생각들도 적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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