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시, 서울을 걷다
권기봉 지음 / 알마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나는 이번 여름에 참으로 오랫만에 서울의 이곳 저곳을 걸을 기회를 가졌었다. 몇년만에 보는 서울의 모습은 꽤 많이 변해있었고, 내가 지난 18년의 세월동안 서울이 아닌 다른 곳에 적을 두고 산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내
가 처음 서울이 아닌 다른 곳에 여행의 목적이 아니고 삶을 꾸리기 위해 머문 곳은 이태리 북부의 한 도시였고, 내가 머물었던
아파트는 복도에도 대리석이 깔려있는 지은지 300년도 훌쩍 넘었다는 건물이었다. 시간의 흐름을 가늠하기 힘들었던 그곳에서 보낸 내
20대 초반의 시간을 나는 십여년후에 다시금 확인할 기회를 가졌었는데, 그 도시는 십여년 세월이 무색하리만큼 변화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시간을 빗겨간듯 오롯이 남겨져 있다가 나의 등장이 마치 타임머신의 덕인듯 착각마저 일으키게 했었다. 하지만, 나의 고향
서울은 다르다. 두세해마다 한번씩 찾게 되는 그곳은 갈때마다 길 이름이 바뀌어져 있고, 행정구역이 정비되어 있으며, 헌 건물이
없어지고 새 건물이 들어선다. 이제는 전세계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스카이 라인을 가졌지만, 오래전 내 고향이었던
서울의 느낌은 없다.
나
는 이 책이 서울이라는 특별한 도시의 옛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함께 경험하게 해줄 약간의 안내를 겸한 사진집 정도일거라
기대했었고, 이 책은 그런 내 기대를 꽤 많이 벗어난 나름 깊이 있는 책이었다. 서울이 600여년의 역사를 가진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옛 모습을 쉬이 찾기 힘든 이유는 우리가 한국전쟁을 경험했기 때문이고, 그 전에 이미 일본의 강제 점령기를 경험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이 나름 묵직하게 다가왔던 것은, 내가 그리 관심도 없었고 잘 알지도 못했던 한국의 근대사를 서울이라는 도시를 통해 새로이 되돌아볼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크게 4부로 나뉘어져 있다.
1
부는 '일상을 걷다' 라는 부제안에서 한 도시가 개발되면서 겪어야 했던 비화들이 담겨져 있는데, 지금은 9호선까지 서울과 근교
곳곳을 연결시키는 지하철의 건설 반대에 대한 얘기가 흥미로웠다. 특히, 끊어진 성수대교의 사진과 이야기를 보면서 나는 온몸에퍼지던
소름을 가라앉히느라 애썼다. 밤새 친구네 집에서 과제를 마치고 졸린 눈을 비비며 아침에 귀가를 하던 나는 성수대교가 끊어지기
5분전에 그 다리를 건넜었기 때문이다.
2부는 '장소를 걷다' 라는 제목아래 경복궁, 시민 아파트 얘기등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그 아파트에 살았던 한 청년이 생각나서 아주 잠시 과거를 헤매기도 했다.
3부는 '의미를 걷다' 라고 이름지어져 있고, 그 안에서 우리의 흘러간 과거, 역사를 돌이켜보게 했다. 특히나 위안부 관련, 박정희 대통령 관련 글이 가슴에 와닿았다.
마지막으로 4부에서는 '문화를 걷다'라는 제목아래 피마길, 어린이 대공원, 장충 체육관 관련 얘기를 풀어놓는다.
내년이나 내후년쯤 다시 서울을 찾을 즈음에는 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다음 서울 나들이 때는 반드시 이 책에 언급된 장소들을 찾아 걸어보리라 마음먹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