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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 열심히 일해도, 아무리 쉬어도, 그 무엇을 사도, 여전히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정희재 지음 / 갤리온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올해 5월까지 두번째
석사 공부를 마무리 하느라 나는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 육아와 직장, 집안일과 공부를 병행 하는 일이, 그것도 나의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공부를 한다는 것이 그리 녹녹치 않았던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나는 국민학생때나 만들어서 사용했던
생활계획표를 만들어 그것을 좇으며 생활할 수 밖에 없었다. 보통 새벽 4시~4시 30분 사이에 기상해서, 아이들이 일어나는 6시
45분까지는 밀린 과제나 논문 읽기 또는 쓰기를 했고, 아이들이 기상한 후에는 아이들을 챙기고 도시락을 싸고, 출근준비를 해서
출근을 했었다. 4시가 되어 퇴근하는 길에 남편과 차를 바꿔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향하면 나는 오후에 다른 학생들에게
쎄라피를 해주러 이 학교 저 학교로 좇아 다녔다. 그렇게 힘들고도 긴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도착하면 6시. 간단한 샤워후에 저녁을
먹고, 아이들의 숙제를 봐주고, 책을 읽어주고는 8시경에 잠자리에 밀어넣고나면 자정까지는 네시간동안 밀린 글읽기(그것이 공부
관련이든 나만의 만족을 위한 것이든)를 하다 하루를 마감하고는 했다. 이렇게 몇년을 보내다가 올 여름 긴 휴가를 보내고 나서
8월말에 일상으로 돌아오고나니 나는 갑자기 몰려드는 무기력증에 어쩔 줄을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몇년을 정신없이 바쁘게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생활을 해왔으니까...
그렇게
무기력증과 향수병, 약간의 우울함을 느끼고 있을 즈음에 도착한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가슴 한켠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았더랬다.
제목만 봐도 내가 지금 이렇게 예전처럼 바쁜 일상을 보내지 않고 있었도, 내가 도태되거나 뭔가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안도감을 주었으니까.
작
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가 나태하게 아무 하는 일도 없이 탱자 탱자 놀면서 무기력하게 지내라는 것이 아니고, 사회가
강요하는 트렌드나 기대에서 벗어나 내가 정한 신념을 좇아 살 권리라고 말한다.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작가는 또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창의력을 기를 힘과 여유라고 한다.
사
실, 유아발달을 공부하는 여러 학자들이 유아에게 가장 필요한 것중 하나가 바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뒹굴거릴 시간이라고 한다.
심심해본 아이가 놀 방법을 궁리하고, 그런 궁리는 아이의 창의력과 상상력의 발달을 돕는다고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런 시간이
비단 어린이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닐텐데, 우리 사회는 우리가 성인이 되고 사회인이 되면 바로 이런 저런 아젠다에 맞춰 좇고
좇기라고 한다. 그러니, 다들 아무 생각없이 먹고 먹히는 먹이 사슬속의 동물이라도 된듯 그렇게 정신없이 사는 것이다.
당신도 정신없이 어딜 향하는지도 모른채 그져 하루 하루 '빨리 빨리'를 외치며 바쁘게 지냈다면, 지금 잠시 숨을 돌리며 스스로에게 그것이 비록 사소한 것일지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를 줘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