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생애 가장 젊은 날
이기주 지음 / 청조사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며칠전, 나는 학기가 끝나기 전에 남겨진 마지막 월차 휴가를 쓰려고 휴가계를 내고 꼬박 하루를 집에서 둘째 아이와 보냈다. 아이는 내가 자신과 놀아주는 척을 하면서 컴퓨터에 잔뜩 구겨넣어진 논문을 읽지도, 바쁘게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지도 않는 것을 보더니 의아하면서도 마냥 행복하다는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엄마가 나랑 이렇게 온전히 함께 놀아줘서 나는 정말 정말 진심으로 행복해요."

아이의 말을 들으면서, 저 나이때는 참 별거 아닌 것이 행복으로 연결되는 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부럽다, 라는 생각이 둔탁한 소리로 머리 한켠을 치고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나도 분명히 그런 시절이 있었을 것인데...어린 시절조차도 나는 여러 학원을 전전하고, 학교 수업에 매달리고, 조금 더 나이가 들어서는 대학 입시가 마치 인생의 종착역인 듯 그 목표 하나에 내 존재의 무게 전체를 걸고 애썼던 것만 떠올려졌다. 대학만 들어가면 뭐든 세상에서 다 이룬듯 할거라고 믿었던 그 시절도 이미 이십여년전에 지나버리고, 나는 어느덧 불혹을 앞에 둔 아줌마의 모습으로 살고 있다. 그것도, 그렇게나 내가 경멸하고 멸시했던 통속적이고 세속적으로 변해버린 아줌마의 모습.

누군가가 더 큰 냉장고를 들였다고 하면 부러움의 한숨도 쉬어지고,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간다고 하면 축하는 해주면서도 못내 나의 작은 집의 어지러운 모습에 짜증부터 솟는 그저 그렇고 그런 아줌마.


예전에 누군가 그렇게 얘길 했었다. 누군가의 얘기가 아니라면, 어느 책에서 읽은 것일 수도 있다.

나무도 위로만 자라지는 않는다. 옆으로도 가지를 내뻗는다. 그런 나무가 위로만 자라는 나무보다 더 큰 그늘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왜 나라는 사람은 옆도 아래도 내려다보지 못하고 위만 보면서 내 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숨을 쉴까? 그것이 인간 본연의 모습인걸까? 


이 책을 읽으면서, 다 읽고 난후에 내가 느꼈던 것은 부끄러움이었고, 안도였으며, 희망이었다.

누군가의 잘난 모습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고, 그저 잠시 길에 멈춰서서 주의 기울이면 마주칠 수 있을거 같은 이웃의 모습. 그들의 이야기 속에 담겨진 잔잔한 감동과 교훈. 깨달음.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행복은 쉬이 다가오지 않으니, 우리가 나아가야 한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진정 그가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는 앉아서 기다릴 것이 아니라, 내가 조금씩 나아갈 용기를 가지고 눈을 크게 뜨고 주의를 기울이면 그 행복이라는 것이 내 곁에 있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아마도...어쩌면 행복과 불행은 동전의 양면처럼 내가 어떤 방향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오늘 행복한가? 내 생애 가장 젊은 날을 맞이 하고 있는가? 내게 주어진 시간에 충실하다보면 행복이라는 것도 쉬이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여러가지 생각을 남겨준 책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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