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게 될 거야 - 사진작가 고빈의 아름다운 시간으로의 초대
고빈 글.사진 / 담소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봄이라 그런지, 날이 따뜻해지니  옷차림만 가벼워 지는 것이 아니라 덩달아 발걸음까지 가벼워진다. 거기서 그렇게 그치면 좋으련만 괜스레 마음까지 가벼워지는 것이 헬륨을 잔뜩 품은 풍선을 내 몸 여기저기에 메달아 놓은 것마냥 두둥실 계속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마음 먹으면 훌쩍 떠날 수도 없는 처지가 아니던가. 매일 매일 노예 부려먹듯 한시의 쉼도 없이 총총걸음 짓게하는 나의 일과 다람쥐 쳇바퀴 돌듯 똑같은 일상의 반복속에서 항상 내 몸을 지치게 만들어도 웃음으로 마무리짓게 하는 아이들의 뒤치닥거리. 그런 아이들을 쳐다보며 그저 한숨 한 번 휴우~ 내쉬고는 다음으로 해야하는 일이 무엇인지 체크하며 하루의 생활이 꼬박 적힌 스케쥴표를 내려다보던 요즘의 나에게 온 오랜 가뭄끝 짧지만 강한 해갈을 도와주는 단비같던 책. 여행도 쉬이 갈 수 없는 처지이니 다른 이들의 여행기에서 대리만족을 느끼던 나에게 이 책은 여행기로서의 대리만족뿐만 아니라 마음을 정화시키고 내 모습을 돌아보며 행복한 일상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해준 책이다.


현대 문명의 이기속에서 우리는 정말 많고 많은 혜택을 받으며 산다. 얼마전 지난 십년간 잘 사용했던 건조기가 고장났었다. 주말 저녁이라 수리센터에 전화도 하지못하고 다음날이 되기를 기다리던 밤, 잘 사용하던 컴퓨터가 얼어붙어 꼼짝을 안하고, 대체 잠시잠깐 없으면 뭐가 어찌 된다고 화장실에까지 들고 들어갔던 휴대폰은 손을 씻다 세면대에 빠뜨려 잠수도 한 번 시켜보며 성능을 시험했다. 당연히 십년을 사용했던 건조기는 수리하느니 차라리 새것을 사는 것이 나은 상태였고, 컴퓨터는 내 곁을 떠나 며칠간 수리에 맡겨졌고, 전화는 다행히 다음날 퇴근후에 새것으로 교환 받을 수 있었다. 휴대폰 없이 보냈던 10시간. 컴퓨터 없이 보냈던 4일. 건조기 없이 보낸 5일. 나는 내가 얼마나 기계 문명, 더 정확히 표현하면 현대문명에 길들여져 있었는지 놀래지 않을 수 없었다. 냇가에 나가 방망이로 두드려대며 옷감의 때를 빼고, 햇빛 좋고 바람 좋은 날 줄에 널어 빨래를 말리시던 할머니와 어머니의 삶을 알고있는 나의 세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문명의 이기를 하루라도 경험하지 못하면 병이라도 난듯 힘들고 답답해하는 우리들.

저자 고빈은 이런 우리들에게 하나의 메세지를 보내고 싶었는가 보다. 책속에서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가 매일 당연히 접하는 것들의 혜택을 받고 사는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그네들의 표정이다. 어쩜 하나같이 그리 평온하고 행복한가? 대중교통을 이용할 기회가 거의 없다시피 한 곳에 나는 살고 있다. 그렇지만, 가끔 사람이 많이 모인 공공장소에 있을때면 그들의 표정을 살피는 것을 나는 가끔 소일거리도 삼는다. 그런데, 요즘에는 마음속에서 깊이 우러나는 행복이나 평온함을 얼굴에까지 내보이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인지, 책속에 보이던 오지에 산다는 이들의 표정이 책장을 덮어도 쉬이 잊혀지지가 않았다.  어느 곳에서 어떤식의 삶을 사는 것이 더 행복한 것이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통해서 내가 만났던 이들의 표정과 글속에서 전해지던 저자의 심리적인 만족감이 부러워서 언젠가 나도 직접 티벳을, 인도를 경험해보고싶다는 마음 하나 고이 세워두고 나는 또 다른 책을 읽으러 책장앞에 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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