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오경아 지음 / 샘터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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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를 읽고서 나는 이 책 또한 요즘 흔하게 볼수 있는 인생전환의 이야기, 자기계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잘나가던 방송작가가 하던 일을 그만두고 서른 아홉의 나이에 두 아이를 데리고 낯선 유럽 땅에서, 한국에서는 흔치 않은 직업인 정원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기 위해 떠났다는 소개글을 읽으면서 가슴 한 구석에 작은 가시가 와 박힌듯 콕,콕,콕, 아파왔다.  그것은 아마도 부러움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녀가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알고, 그 꿈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서 쉽지 않은 길을 떠났던 나이. 나는 지금 딱 거기에 와있다. 하지만, 나는 다 키워 놓은 아이들도 없고, 뭘 하며 남은 인생을 살고 싶은지 알면서도 생활때문에, 환경때문에, 여건이 안되니깐... 등등의 핑계 아닌 핑계 속에서 그저 오로지 매일 자기계발서를, 행복하게 사는 법을, 삶을 재정비하는 법을, 용기 내는 법을 알려주는

책들만 부지런히 읽는다. 읽으면서는 가슴에 소용돌이치는 용감함에 그래, 나도 할 수 있어! 라고 외치지만,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나는 슬그머니 또 매일 매일 새로울 것도 없는 일상속으로 안주하고 만다.


이 책은...나같이 용기 없는 사람이 용기 내라고 써낸 자기계발서도 아니요, 읽고나서 뒤돌아서면 기억 저편으로 흩어져버리는 시시한 소설 나부랑이도 아니요,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현자들의 말씀이 적힌 책도 아니다. 이 책은 나처럼 사는게 가끔 괴롭다 느끼는 사람, 한적한 시골 경치를 구경하며 가슴에 이는 격정을 내려놓고 싶은 사람, 예쁜 꽃밭을 거니는 느낌으로  감성을 한껏 촉촉하게 만들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이다.


전 음악 프로그램 방송작가, 현 정원 디자이너인 오경아씨가 삼십대 후반에 어떻게 새로운 삶에 도전했는지, 그저 평범한  엄마로서 어떻게 그녀의 아이들과 낯선곳에서 시간을 보냈는지...그리고, 그 시간속에서 훌쩍 커버린 아이들에게 새 날개를  달아주며 세상으로 아이들을 내보내는지를 보면서 그녀보다 나이가 많은 독자라면, 그녀가 남은 생을 더 열심히 살도록  응원해주고, 그녀보다 나이가 어린 독자라면 사람은 이런 인생도 살 수 있구나, 하고 느꼈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의 책을 통해서 마음과 생각, 눈을 정화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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