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말했다 :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 KBS 2FM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을 추억하는 공감 에세이
김성원 지음, 김효정 사진 / 인디고(글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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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몇년째 진로에 대한 고민중이다. 진로라는 것은 턱에 수염 자국 푸릇푸릇하거나 옆에 남학생만 지나가도 가슴이 콩당거리는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나 고민하는 거라고 나는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미 전반전 끝무렵을 달리고 있는 나는 몇년째 진로 고민중이다. 한창때이던 20대에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소위 말하는 밥벌이가 되지 않는 일이니, 내 한 몸 책임지고 이 세상을 헤쳐나가려면 적절한 정도의 수입이 보장되는 그런 직업을 찾아 내 밥벌이는 내 스스로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결국, 그 순간 나는 양갈래로 나누어진 길에서 한쪽을 선택했고, 그후로 20여년이 가까워지는 시간 동안 여전히 가보지 못했던 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힘들어 하면서 하루하루 후회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지금 가진 것들을 내던지고 꿈을 쫓기엔 너무 영악해지고 세상속에서 많이 둥글어져버린 내 자신을 보면서 꿈을 쫓아갈 자신도 확실히는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난 몇해동안 내가 읽은 책들은 꿈을 쫓은 사람들의 얘기들, 성공한 얘기들, 실패한 얘기들, 어떻게 이눔의 세상 살아가면 행복할 수 있나 라고 열심히, 정말 열심히들 떠들어대는 것들이었다.어떤때는 책장을 덮고나면 누군가 내 귀에 대고 고래고래 고함이라도 지른듯 머릿속이 멍하고 구토 증세가 일었으며, 어지럽기까지 했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필요했었나보다라고, 책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혼자 씨~익 웃었다. 누구나 그런 기억은 있을듯한데, 나는 고등학생 시절에 즐겨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이 하나 있었다. 긴 얼굴의 가수였던  그 분의 조용조용한 목소리와 가슴 한구석이 말랑해지거나, 때로는 깔깔거리며 웃다가 가족들을 깨울까봐 입을 틀어막아야 했던 그런 사연들덕에 행복했던 한밤의 시간들.


이 책을 읽으면서 딱 그때 그 시절의 그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아니, 오히려 그 때보다 더 많은 것을 얻었다느 느낌이 든다. 마치, 누군가가 내게 다른 사람이 내질러대는 고함소리나 강한 말투로만 전해지는 그 메세지에 귀기울일 것이 아니라, 내가 이렇게 조용조용하게 네 가슴을, 네 상처를, 네 감성을 만져주니 스스로 느끼고 치유하고 행복해져라...하는 메세지를 보내주는 듯, 가슴속과 머릿속에 소용돌이치던 이런 저런 생각들이 제자리를 찾고 가슴은 평온해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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