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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에 미친 청춘 - 한국의 색을 찾아서
김유나 지음 / 미다스북스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색에 미친 청춘이라...
나는 색을 좋아하긴 하지만, 무언가에 미쳐본 적도 없고, 청춘이라 부를 수도 없는 나이인데...그래서, 이 책이 나를 잡아 끈것일까?
오랜 세월 외국살이가 이어지다보니, 예전에는 참으로 촌스럽다 생각하며 마치 옛 양반네가 아랫것 대하듯 멸시하고 천대했던 내 나라 한국 고유의 문화가 나를 사로잡기 시작한 것이 십년쯤 되었나보다. 쿵덕 쿵짝거리는 가락도 좋고, 어린 시절 다니러간
외갓댁에서 조모가 밤빛 새어 들어오는 방 한구석 화롯불을 뒤적거리며 들려주던 옛이야기 이바구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내가 가장
그리워하게 된 것은 지금은 규방공예라 불리는 옛 여인네들의 바느질거리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규방공예를 익혔고, 화학염으로
만들어져 팔리는 천보다는 생필을 사서 직접 천염을 하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원래 그림 공부를 하고, 디자인과 바느질 공부를 했으니, 어쩌면 내가 그런 것들을 취미로 가지고 있는 것이 이상할 것은 없다.
저자인 김유나는 어린 시절 캐나다로 이민을 가고, 미국에서 패션 디자인 공부를 한다. 그러다 접하게 된 한국의 천염색들.
그것에 매료된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들을 마다하고 짐을 꾸려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그리고, 전국의 13개 공방을 순례한 그녀의 여행기가 우리 앞에 책 한권이 되어 나타난다.
오방색과 오간색이라는 한국의 고유 기본색들을 큰 주제로 두고, 거기에 자신의 여행 에세이를 짜집어넣어 놓았다. 마치 잘 디자인되고 바느질된 보자기 작품 하나를 보는듯 책의 목차만 봐도 기분이 좋다. 그리고, 책속으로 뛰어들면 사진과 함께 그녀의 이야기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와 읽는 이의 정신을 쏙 빼놓는다.
뉴욕의 고층빌딩을 보고 바로 책장을 넘기면 보이는 것은 곱게 자란 쪽의 꽃대이다.
몇년째 한국의 쪽을 매년 키워 씨를 받고 천염을 하는 내게는 그 사진 한장이 마치 오랜 보지 못했던 지인을 보는 듯 반가웠다.
안타깝게도 모든 사진들이 꼭 거기 그 자리에 있을 이유는 없다 싶어서 그 부분이 거슬리기는 했다. 굳이 넣지 않았어도 되었을
이미지를 함부로 써서 독자의 눈을 현혹하려고 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순간 순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으니까.
단순히 그녀가 알게 되었을 새로운 천염재나 방법, 매염제의 종류를 알게되길
기대했던 나는 사실 이것이 여행기와 에세이 중간쯤의 틀을 갖춘 책이라 살짝 당황하기도 했었으나, 오히려 그녀가 내게 안겨준 것은
기분좋은 반전이 아니었나 싶다.
그녀는 도전은 새로운 도전을 낳는다고 얘기한다. 누구나 가보지 않은 길이 겁나는 겁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도전을 맞이해서 새로운 것을 경험했을 때의 행복감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준다. 나는 내가 내 인생에서 어떤 도전을 맞이해야 하는지, 어떤 도전에서 내가 물러섰었는지 생각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