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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당근의 비밀 - 롤리와 폴리의 신나는 모험여행 ㅣ 논리의 자유 (자유로운 아이 책읽기 레벨 3) 1
마티아스 조트케 글.그림, 이병서 옮김 / 도미노주니어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한국에서라면 올 3월에나 초등학교를 입학할테지만, 내 큰 아이는 만 6세이던 작년
가을에 우리가 사는 주의 법에 따라 초등학생이 되었다. 프리스쿨에 다니면서 시작한 학교인지라 4년째 다니게 되는 학교여서인지,
아니면 입던 교복에 들고 다니던 책가방을 그대로 들고 다니게 되서인지 아이도 나도 큰 변화를 실감하지 못했다. 그전, 공부의
난이도가 껑충 뛰었고 숙제가 많아졌으며, 아이가 많이 영글었다는 느낌 외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으니까...
그렇지만, 굳이 초등학생이 되어서가 아니라 요즘 아이들이 모두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와 나의 남편이 그렇게 부단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어른마저도 현혹시키는 온갖 전자
기기들을 어른인 우리 부부보다 훨씬 빨리 배운다는 것을 학부형이 된 후에 절감했다. 그렇다보니, 요즘에는 책읽기는 최소한의 시간을 들이면서 틈만 나면 아이패드, 비디오 게임기,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 엄마 아빠에게 받아주기 불편한 애교까지 부린다.
아빠와 엄마가 지구의 반대편에서 온 사람이라는 걸 잘 아는 아이지만, 엄마 아빠의 언어가 모두 편하고 쉬운 것은 아니다. 부단히 노력하지 않았던 내 탓인지, 아이는 이제 한국어를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철저히 의식한다. 그런 상황이 되다보니, 한국어 그림책이나 동화책은 재미없다! 라고 서슴없이 평가를 내리게까지 되버린 아이에게, 가끔 아이가 좋아하는 류의 책을 들이밀며 나는 한국어 그림책과 동화책이 참 재미있다! 라는 사실을 늘 알려주고 싶어서 애를 쓴다.
사실, 내 아이는 이 책이 독일 작가가 쓴 작품인 것을 모른다. 한국어로 읽어주고, 영어로 번역해서 알려주며 함께 책을 읽고 활동을 했지만, 정작 글을 읽어준 내가 그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으므로...
이 책의 줄거리는 매우 간단하다. 친구 사이인 토끼 롤리와 개구리 폴리의 이야기다.
어느 화창한 날, 책 읽는 것이 재밌어 독서삼매경에 빠진 롤리를 바라보던 폴리는
그게 무엇이 재밌냐며 집안으로 들어갔다가 다락방의 먼지 캐캐 묵은 보물함에서 지도 한장을 찾아낸다. 그리고, 친구인 롤리와 함께
보물을 찾기 위해 추리를 하고 수수께끼를 풀어나간다.
이 책이 한글을 모르는 아이와 한글을 몰라 책을 읽어주어야 하는 엄마 둘 모두를
이야기 속으로 쏙 빠뜨린 것은 아마도 전개방식의 독특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책을 읽고 있는 독자를
수동적인 상태에 그대로 두는 것이 아니라, 능독적으로 글 속의 주인공들과 함께 활동하도록 이끌어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을 모르지만 이야기속에 빠져 수학과 추리, 창의적인 생각을 통해 이야기속에 내 자신을 끌어넣을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아마 어린이 책 작가가 어린 독자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서비스가 아닐까?
두 아이의 아빠라는 저자는 아마 아빠여서 그런 사실을 잘 알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