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 운명조차 빼앗아가지 못한 '영혼의 기록'
위지안 지음, 이현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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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9년생의 글쓴이, 위지안.
그녀는 중국에서 태어나 노르웨이로 유학을 다녀오고, 세계 100대 대학중 하나라는 푸단대학교에서 대학교수로 재직중이다가 2009년 10월 어느날 말기암 판정을 받고서 2011년 4월에 숨을 거두었다. 그녀의 나이 서른 셋일때였다. 지기 싫어해서 먹는 것이든 공부든 항상 최선을 다했다는 그녀는 소문난 독서광이기도 했다. 어릴때는 깡패 소리를 들을만큼 톰보이기도 했고...
그런 점에서 나는 그녀와 여러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마주했다.


삶의 끝에 서서, 삶의 끝에서 다시 만난 것들, 삶의 끝에 와서야 알게 된 것들이라는 대주제 세개 속에서 나는 너무나 어둡고 암울한 수기 한 편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웬걸? 블로그에 기록되었던 글들이라 그런지 멋드러진 사진이 가끔 등장하고, 글은 오히려 읽기 너무 편하고 차분해서 과연 내가 죽음을 앞둔 사람의 글을 읽는 것이 맞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그녀는 본문중에서 그런 얘기를 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것이 무엇인지 점점 더 알 수 없게 되기 떄문에 그걸 더욱 미친 듯이 찾아 헤맨다고. 그래서, 그녀는 그런 혼란 속에서 열심히, 그리고 너그럽게 삶을 마주하면 그 삶은 결코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한편의 시같은 인생은 세월이 갈수록 점점 아름답게 다듬어지는 것이라고...

그녀의 그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그녀의 인생은 불관 삼년후에 그녀 앞에 시한부 인생이라는 못되디 못된, 인생의 가장 억울하고 견뎌내기 힘든 패를 던져주었다. 


사람은 자신이 이러한 상황에 놓이면 보통 다섯 단계를 지나간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 사실을 철저히 거부하고, 두번째는 분노하며 발악한다. 세번째 단계에서는 타협을 하려고 하다가, 네번째 단계에서는 우울해지고, 마지막 다섯번째 단계에서는 결국 자신의 죽음을 받아 들인다는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이 단계를 밟을 기회를 갖지 못하거나 아주 짧게 갖게 된다. 자연사로 사망하거나 노로해서 죽음을 맞이할때 그렇다. 하지만, 위지안은 그렇지 못했다. 서른이 갓넘어 죽음을 선고받고서 서른 셋에 죽음을 맞이할때까지 이 다섯 단계를 거쳐갈 줄 알았는데...그녀는 오히려 바로 마지막 단계에 자신을 놓고 철저히 남은 시간을 준비하지 않았나 싶다.


위지안, 그녀는 평균수명이 너무나도 길어진 요즘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의 1/3정도의 시간을 살다 갔다. 하지만...병원 침대에 아내를 눕히기 전에 그 침대를 자신의 체온으로 데워줄수 있는 배려와 사랑을 가진 남편이 있었고,  원하는 삶을 이루고 갖기 때문에, 비록 그 삶이 짧디 짧았다 하더라도 분노와 발악, 타협과 우울의 단계를 크게 거치지 않고 바로 죽음을 맞이하며 우리에게 커다란 메세지를 남겨놓고 가지 않았나 싶다.


하루하루의 오늘이 모여 인생이 된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이 아니라, 바로 오늘이 아니면 안될것처럼 그렇게 하루 하루 정성들여 살아가야 겠다는 생각을 위지안, 그녀의 짧고 아름다운 생과 그녀가 남긴 이야기들 속에서 내가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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