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삭 놀 청소년문학 10
시몬 스트레인저 지음, 손화수 옮김 / 놀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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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삭...이슬람교에서 말하는 사후세계의 천국과 지옥 그 중간쯤 어디. 제목은 상당히 특이하고 참신하지만, 안타깝게도 책의 내용까지 그렇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설정 자체가 진부하다면 진부할 수 있으므로. 하지만, 그렇게 진부한 설정속에서도 뭔가 손을 뻗어 가슴 한켠, 머리속 한 구석에 담아두었던 뭔가를 자극하는 그런 맛은 있는 책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의 설정은 어떠한가. (1) 음식 에밀리에는 교사인 아버지, 교수인 어머니. 가족과 함께 유럽의 휴양지 그란카나리아 섬으로 휴가차 여행을 간다. 십채 초반에 학교의 남학생으로부터 뚱뚱하다는 놀림을 받은 후부터 에밀리에는 자신의 입에 넣는 음식물의 칼로리 하나하나 계산해가며 철저하게 식사량과 칼로리를 조절해가면서 다이어트를 한다. 그녀에게 음식은 살기 위해 어쩔수없이 취해야하는 그 무엇이지, 삶의 즐거움중 하나는 아닌듯하다. 그리고, 이렇게 아름답기 그지 없는 유럽의 휴양지에 밀입국선을 타고 온 불법체류자 사무엘. 그는 자신이 평생 모은 돈을 마치 도박꾼이 한판에 배팅하둣 그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유럽으로 밀입국을 시도한다. 그것은 그가 자신뿐만이 아니라,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하기 때문이고 자신의 국가에선 그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으므로. 이렇게 두 아이에게 음식이라는 평범한 매개체조차도 상반된 관계를 보인다. 한 아이에게 그것은 그냥 생명유지를 하기 위해서 취해야 하는 어떤 것이고, 다른 아이에게 그것은 반드시 취해서 목숨 보존을 도와야 하는 수단이다. 두 아이 모두 음식으로부터 즐거움을 찾지는 않는듯하다 (사무엘은 그럴 형편이 아닌거겠지만) (2) 휴양지 소설의 무대가 되는 휴양지. 에밀리에에게는 그저 가족과 가게된 평범한 곳이 아닐까? 제아무리 지상 최대의 낙원이라고 하지만, 그녀에게는 평소의 생활에서 그리 크게 벗어나는 영역이 아니고, 어쩌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곳이다. 삶에 있어 그리 큰 빈곤함을 맛보지 않아도 되는 입장에 선 그녀의 가족에게 이런곳에서 휴가 한철 보내는 것쯤은 일도 아닌것이다. 하지만, 사무엘에게 그 곳은 무조건 몰래 들어가서 끝까지 살아남아야 하는 생존을 위한 마지막 보류인 곳. 이렇게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두 아이. 백인 여아와 흑인 남아. 환경도 배경도 삶 자체도 너무나 다른 두 아이는 이 곳에서 우정을 꽃피운다. 나는 글을 읽으면서 내내 그것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적어도 내게 우정이란 오랜 시간과 공통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게되는 지속적일수 있다는 전제가 필요한 친구라는 관계에게만 허용되는 것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사랑을 하게 되고 우정의 관게를 맺게 되는 것. 그런 끌림이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는 없다. 이 책을 읽고난 후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과연 이 책을 내가 정말 좋게 읽었는지 아닌지는 솔직히 결정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 결정도 보류... 하지만, 한가지 더 느끼게 된 것은...이 소설이 실제로 이 세상 어딘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그 가능성에 참 오랜동안 가슴이 먹먹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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