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아이의 왕국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 / 창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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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자로 태어난 것이 가끔 억울할 때가 있다. 그것은 바로 매달 겪어야 하는 끔찍한 시간들. 바로 월경기이다. 같은 학력과 경력, 아니 남자보다 더 나은 학력과 경력을 가지고도 승진에서 밀리고, 제대로 대우 받지 못하는 사회생활. 그래도, 그런 것은 오래 내려온 관례(!)처럼 자리잡은 것이고 우리의 인식이 완벽하게 변하지 않는 이상 순식간에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조금은 포기를 하고 기다림으로 그 시간을 채우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어서 겪었던 초경의 기억. 그게 그리 아름답게 기억되지는 않는다...적어도 내게는. 내가 학생일 때는 성교육이라는 것이 그리 잘 되어 있지도 않았을뿐더러, 부모들도 그리 자세히 아이들에게 성교육을 시키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초경을 맞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성교육뿐만 아니라, 축하하는 자리를 만들어준다고도 하니 말이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폴란드 태생의 이 작가는 유독 한국에서 인기가 많다. 구글을 해봐도 그녀의 책은 내가 살고있는 북미지역에서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그 이름을 알고 있거나 제대로 발음하는 사람조차 찾아보기가 힘들다. 내가 사는 시의 도서관 사서도 제대로 모를정도이니 말이다. 그런 그녀의 작품이 올초 그림책의 노벨상이라고도 불리는 볼로냐 북페어에서 라가찌상을 수상하였다. 나는 그녀의 스타일을 참 좋아한다. 세상에 널리고 널린 그 많은 그림책 일러스트레이터나 작가들중 자기 자신의 스타일과 생각이 확고한 사람들 중 한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여자아이의 왕국. 결국, 여자아이의 왕국은 아이 속에 존재한다. 여성이어서 존중받고 축하받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여자 아이가 때가 되면 초경을 하며, 그런 시간이 모여 가임기 여성으로 자라 엄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일것이다. 이 책은 비록 그림책이긴 하지만, 어린 독자를 생각하고 만들어진 책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최소한 초등학교 고학년은 되어서 초경을 앞둔 아이가 독자가 아닐까 싶다. 책 속의 그림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수채화나 아크릴, 유화나 컴퓨터 그래픽이 아니다. 마치 우리가 어릴때 가지고 놀았던 종이 인형처럼 아기자기하다. 레이스와 천, 종이들을 이용해서 만들어낸 이미지는 막 초경을 맞는 아이처럼 사랑스럽다. 나의 딸은 아직 어리다. 초경을 경험하려면 꽤 시간이 지나야 할 것이다. 나는 이 책을 고이 고이 간직해둘 생각이다. 시간이 흘러 나와 내 딸이 그녀의 초경을 함께 축하하고 여자가 초경을 시작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도, 껄끄럽거나 끔찍한 일이 아님을 함께 이야기 할 때 아주 유용하게 쓰일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까지는 엄마가 고이 보관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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