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혼비의 노래(들) - 닉 혼비 에세이
닉 혼비 지음, 조동섭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내가 닉 혼비라는 작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영화를 통해서였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중 한 명인 영국인 배우, 휴 그랜트 주연의 영화 "About a Boy" 를 본 2002년 초였다. 나는 책으로 먼저 읽은 것은 영화로 만들어져도 영화를 보지 않지만, 영화를 본 후에는 가끔 원작 소설이 궁금해서 책을 읽을 때가 있다. 그렇게 해서 나는 닉 혼비를 알게 되었다. 그 후로 나는 닉 혼비의 팬이 되어 그의 작품인 , , , , 등을 읽었다. 닉 혼비는 1957년 영국에서 태어났으며, 사람 좋은 인상과 많지 않은 머리숱을 가진 소설가, 산문가이자 스크른 라이터이다. 어릴때 부모의 이혼을 경험했으며 그 스스로도 첫 아내와의 사이에서는 중증의 자폐증을 가진 아들 대니, 두 번째 아내와의 사이에서도 두 아들을 두었다. 음악과 축구,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며, 그런 그의 관심사들은 그의 책의 소재가 된다. 사실, 나는 이 책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매우 컸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좋아하는 노래들과 그런 노래들에 얽힌 사연이 궁금했다면..그건 관음증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그 사람에 대해서 더 알아내고 싶은 내 호기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닉 혼비는 이 책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그리 많이 풀어내지도 않을뿐더러 적어도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받은 느낌은 그저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나열했놓은 정도, 그래서 뭔가 겉핥기식의 느낌 정도였다는 것이다. 이 책은 꽤 빨리 읽히는 책이다. 책의 구성법 때문이 아닌가 싶다. 책에는 31개의 노래가 제목과 가수의 이름과 함께 차례에 있고, 각각의 노래에 얽힌 짤막한 이야기가 함께 하는데 그 각각의 이야기가 길지 않을 뿐더러 연결이 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막간을 이용해서 읽기 참 좋은 책이며 잠시 잠깐 집중력을 가지고 읽든 또는 슬슬 넘겨 읽든 나도 모르게 어느새 마지막 31번째 노래에 관련된 얘기를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얼마전에 한국의 티비 프로그램에서 70~80년대 통기타 가수들이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며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미국의 교포/교민을 위한 콘서트까지 했었던 일이 있었다. 이것은 아마 그 세대를 살았던 사람의 감성에 호소했던 것뿐만 아니라, 기성 세대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던 젊은 층에게까지 공감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유투브를 통해 이 소개된 31개의 음악들을 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노래/음악은 단 6개밖에 되지 않았다. 팝송을 그리 많이 즐기지 않는 이유도 있지만, 내가 좋아했던 팝송들은 대부분 40~50년대 음악, 닉 혼비 세대 전의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닉 혼비는 이 책을 통해서 어떻게 우리가 일정 음악에 대한 기억과 추억을 쌓는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얘기한다. 그리고, 가끔 우리는 노래와 책을 통해서 우리가 차마 말로 표현하기 힘들어했던 것들에 대한 공감을 경험한다고 얘기한다. 또한 우리가 많은 경험을 쌓으며 자라기 때문에 한 때 좋아했던 음악을 멀리하게도 된다고 얘기한다. 소개된 31곡의 노래중 내가 가장 즐겁게 들었던 것은 "Puff the Magic Dragon" 이었다. 내가 알고 있던 버젼과 다른 레게 버젼이라 평소에 슬프다고 느꼈던 이 노래가 손가락으로 딱딱 장단까지 맞추며 음악을 듣게했다. 무엇보다 내가 이 음악에 대해 새로운 느낌을 갖는 것이 가능했던 것은 아마 이 노래에 얽힌 혼비의 사연때문이었을 것이다. 자폐증을 가진 그의 첫 아들이 태어날 때부터 사건 사고로 엄마의 목숨까지 위태롭게 했었지만, 무사히 퇴원해 집에 왔을 때부터 들었던 노래. 자폐증으로 판명된 후에도 즐겁게 반응하던 노래. 아마 내가 부모여서, 나 또한 내 아이들과 특별한 때를 공유했던 노래라서이겠지. 평소 오페라 음악과 클래식을 즐겨 듣고, 40~50년대와 60년대 초의 팝송을 즐겨 듣는 나에게 이 책은 내 음악의 지평선을 넓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겉으로는 명랑하고 화려해 보이는 사람 좋은 웃음을 가진 작가 닉 혼비에 대해서도 조금은 더 알게되는 그런 기회를 가진 책이었다. 짧은 출퇴근 시간이나 토막 시간에 (하다못해 그것이 화장실에 잠시 앉아 있어야 하는 시간이더라도) 엠피 쓰리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음악을 들으며 이 책을 한 번 접해보시라고 다른 분들에게 권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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