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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에서 보낸 일년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
안토니오 콜리나스 지음, 정구석 옮김 / 자음과모음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처음 이 책을 단순한 성장소설, 미학이 어우러진 소설쯤으로 알고 첫장을 연 나는
첫 몇장을 읽고 적잖이 당황했었다.
쉽게 읽히는 단순한 성장 소설을 상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스페인 북부 출신의 주인공, 하노는 자신이 그토록 벗어나고 싶던 북부지방에서
남부 스페인의 고등학교에 가게 된다. 그러면서 알게 된 두 여인. 그 나이의 순수함과
이상, 이성과 하노가 지향하는 예술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또래의 디아나, 그리고
육체적인 욕구과 정열적인 사랑을 알려주는 연상의 여인, 마르타.
이 두여인 사이에서 하노는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그 결과는 불행히도 디아나의 죽음과
함께 하노에게 돌아온다.
책을 읽는 행동이 황홀할정도라는 하노. 음악을 듣고, 미술을 대하고,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는 하노. 그리고 인간관계와 자신의 행동과 그 결과로 낙심하고
흔들리는 하노. 이런 이중적인 모습들이 소설 전반에 흐르는 음악들과 잘 어우러져 읽는 이로 하여금
책에서 쉽사리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세상 모든이들은 그 강도는 다르지만 성장통을 겪은 후에서야 비로소 어른으로, 한 인간으로
거듭나지 않나 생각해본다. 호된 성장통 속에서 스스로의 미학과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하노의
모습들...인생의 반을 살아온 내게는 몹시도 부러운 시간이 아닌가 싶다. 그것이 비록
견디기 힘들정도의 고통을 주는 것이라 해도 말이다.
콜리나스의 서정적인 언어에 취해 그 시적인 표현들을 가슴과 머리에 담아두는 것만으로도
큰 호사처럼 느껴지게 했던 책. 좋은 책을 접할 기회를 가져서 행복했던 늦가을 한 주가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