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탈리아, 미술과 걷다 - 어슬렁어슬렁 누비고 다닌 미술 여행기
류동현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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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여행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지금, 단비 같은 책! 안 그래도 있던 여행 계획을 취소하고 이후로도 여행은 잡지 않았던 일정이라 제목부터 두근거리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국내여행도 어려운 지금 해외여행이라니! 책을 통한 간접경험이지만 미술에 관한 이야기라면 사진도 많을 텐데 책을 받기 전부터 어떤 사진이 실려있고, 어떤 흐름을 가진 기행문일지 궁금했다.

 

  삽화 대신 들어간 이탈리아 건물이 멋지게 찍힌 사진까지 완벽했다. 벌써 여행의 설렘이 느껴지는 기분이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책을 가볍게 훑어보니 군데군데 이탈리아를 담은 사진도 많았다. 구도도 멋지게 잡혀서 배경사진으로 삼거나 추억으로 남기기 좋았다. 게다가 미술이라는 주제라면 글로 된 세세한 설명뿐만 아니라 미술작품의 모습도 중요하니 그 부분에 있어서 잘 준비된 책이라고 생각한다.

 

  목차는 여정을 따라 크게 베네치아, 밀라노, 피렌체, 나폴리, 시칠리아로 나뉘어있었다. 우리가 한 번쯤은 들어본 지명인데 그 주변 지역까지 함께 여행한 내용까지 담겨있다. 이만큼 자세히 둘러보지도, 아직 가지 못했거나 여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한 아쉬움을 이 책을 통해 부분적으로 채울 수 있다. 일단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한 달 이상의 여행을 떠나기란 쉽지 않다. 어렵사리 간다고 해도 며칠 만에 여러 나라를 둘러보는 패키지여행이 한계이다. 이전에 가본 일주일 동안의 패키지여행은 짧은 시간에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지만, 빠른 속도만큼 놓치는 것도 많고 때로는 오히려 피로감이 쌓이기도 했다.

  이 책을 쓴 류동현 씨는 이전에 이탈리아를 짧게나마 들렀으나 취재 등으로 들린 장소라 천천히 둘러볼 시간이 없었고, 언제 한 번 시간을 내어 설렁설렁 이탈리아를 둘러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영국에서 지낼 기회가 있었는데 이때를 노려 한 달간의 이탈리아 베낭여행을 계획한 것이다. 한 달이라는 기간에 맞춘 사람의 발걸음과 시야를 통해 이탈리아의 예술, 풍경, 문화 등을 살필 수 있으므로 책 속에서 조급함보단 여유로움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꼽은 <어쩌다 이탈리아, 미술과 걷다>의 장점 중 하나이다.

 

  제목에 '미술'이라고 되어있어 서양미술사만을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류동현 씨가 로마노를 거닐면서 느낀 감정, 피렌체의 미켈란젤로광장에서 바라본 정경, 우피치미술관에서 감상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들, 베네치아의 산마르코광장의 노천카페에서 들은 실내악까지. 그는 발로 누비면서 삶, 역사, 예술, 문화, 자연이 어우러진 이탈리아를 '감상'했다. 그래서 다양한 그림과 여러 이탈리아 속 풍경을 담은 이미지, 그리고 풍부한 감상을 담은 에세이로 녹여냈다. 그렇기 때문에 미술책보다는 이탈리아 속 광활한 인문학적 세계를 담은 책으로 이해하고 읽는다면 여정을 함께 따라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여행, 특히 여유로운 해외여행은 더욱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여행자의 시선을 담은 이 책은 비대면이 생활화된 지금 단비 같은 존재이다. 단순히 객관적인 사실만 열거하지 않고, 이탈리아를 배낭여행하며 이미지와 글을 통해 같은 시선, 첨가된 지식, 류동현 씨가 기술한 당시 느낀 점을 직접 상상해보는 에세이는 독자도 그때의 이탈리아로 떠나보내는 것만 같았다. 그랬기에 읽으면서 지루하지 않았고, 두꺼운 책인데도 금방 마지막 장까지 넘길 수 있었다. 자투리 시간에 틈틈이 읽으면서 언젠가 이런 인상 깊은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었다. 힐링하기 좋은 책이라 짤막한 쉬는시간에 읽기 아깝지 않았다. 이렇듯 <어쩌다 이탈리아, 미술과 걷다>는 바쁜 일상생활에서 잠깐 탈출하고 싶거나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대리만족하기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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