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사진 속에 등장하는 소년은 모두 일곱 명.
첫 번째 희생자, 아내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가정부와 바람을 피우며 부유하고 방탕한 삶을 살았던 은행가 휴고 벅.
두 번째 희생자, 심성이 곱고 음악 실력이 뛰어난 소년이었지만 방황하는 마약 중독자가 되고 말았던 아담 존스.
세 번째 희생자, 폭력 성향을 띠며 학생 시절부터 숱한 사건 사고를 일으켰던 뚱보 가이 필립스.
네 번째, 인도에서 장기간 거주했던 가문 출신이며, 앞서 세 희생자의 죽음 이후 눈에 띄게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인권 변호사 살만 칸.
다섯 번째, 쌍둥이 중 하나이자 무리의 리더 격이었던,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 노련한 정치가 벤 킹.
여섯 번째, 쌍둥이 중 얼굴에 흉터가 있으며, 그를 아는 모든 이의 호감을 사던 육군 대위 네드 킹.
일곱 번째, 성년을 맞이하기도 전에 바다로 들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미술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였던 귀족 출신 제임스 서트클리프.
이들 중 진짜 ‘살인 기술자’가 있을까?
도살자 밥은 누구일까? 그는 진짜 범인과 동일 인물일까?
《살인 기술자》는 처음부터 ‘살인 동기’를 알려주고 시작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가 느슨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섬세하게 등장인물의 감정선을 따라 차근히 족적을 따라가게 만든다. 잔인하면서도 잔잔하고, 잔잔하지만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으며, 폭풍 전야처럼 고요하게 흘러가면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스토리의 힘이 있다.
예측 가능한 부분과 읽으면서 가볍게 흘려 넘겼던 암시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다 끝부분에 가서 급하게 마무리되는 느낌은 있는데, 그렇게 끝나버리나 싶었을 때 독자가 알아서 적당히 납득하고 넘어간 부분에서 뒤통수를 치며 마지막 반전을 선사한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