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소적일 수도 있었지만, 따뜻하게 보려는 이야기.

푸른 머리카락 - 제5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ㅣ 사계절 1318 문고 121
남유하 외 지음 / 사계절 / 2019년 11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푸른 머리카락]은 외계인에 관한 이야기다. 종족 보존을 위해 지구에 정착하게 되는 외계인 자이밀리언과, 그 결과로 태어난 후손들에 대한 시선을 다룬 작은 이야기.

짧은 분량이지만 작품이 말하고 싶은 부분을 명확하게 알 수 있는데, 바로 나와 다른 이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그것이다. 즉, 현실에서도 충분히 나타나는 것들, 이를테면 나와 다른 색을 가진 인종에 대한 불편함, 혹은 결손 가정의 자녀에 대한 불편함 등 ‘불편한 시선’에 대한 주제가 명확히 보인다.

하지만 불편한 시선에 대해 이 작품은 비판하며 고치라고 외치지 않는다. 작 중 주인공인 지유 역시 결손 가정 출신의 피해자이며, 자이밀리언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도 가지고 있다. 전학 온 지유가 만나게 되는 자이밀리언 아이인 재이. 둘이 서로 부딪혀 불꽃이 일어날만도 하건만, 차갑고 냉소적인 시선으로 볼 수도 있건만, 이 작품은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결과적으로 불편한 시선에 대한 답을 내리지만, 그것이 정답이라 외치지도 않는다. 하지만 작품을 읽은 이들이라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이 가슴 깊이 와 닿을 것이다. 그건 바로 이해심이며, 내가 상대를 이해함으로 나 자신도 치유됨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방파제 밑 물속에 들어가 보는 장면이나, 고모에 대한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장면 등은(아마도 지유는 분명 고모와 그녀의 아이이자 사촌인 또 다른 자이밀리언을 보러 갈 게 틀림없다) 지유의 상처가 치유됨을 암시한다. 그리고 그건 재이 역시 마찬가지다.

나도 지구인이야. 가장 슬프게 들린 대사였고 읽는 나도 작중 지유처럼 죄책감을 느꼈다. 그리고 이것이 단순한 장르 소설과는 다른, 따뜻한 성찰을 지닌 이 작품만이 가진 매력이자 힘이 될 것이다. 역시나 한낙원 과학 소설상의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는 좋은 작품이다.